'쿨하게 사과하라'
'쿨하게 사과하라'
대한민국이란 같은 공간과 현재라는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상당히 재미있으면서도 사뭇 존경스럽기까지 한 사람들이 몇 명있다. 안철수 씨가 그렇고 박경철 씨가 그러하며 글 제목이자 책 제목이기도 한 '쿨하게 사과하라'를 공동으로 집필한 정재승 씨가 그렇다. 물론 이 기준은 전적으로 나의 주관적인 기준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대단한 사람들'이란 모호한 기준만 있는 건 아니다.
안철수 씨는 알다시피 의사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바이러스와 컴퓨터 보안에 관한 첫 전문가세대다. 박경철 씨 역시 의사다. 심지어 현역 의사이기도 하다. 그런 반면 주식과 경제 전반에 대한 남다른 능력을 보여준다. 정재승 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공학박사이자 교수다. 그런 한편 경제, 문화와 관련된 측면에서도 남다른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능력은 사실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능력이다. '한 가지만 잘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건 머저리 메기 영삼이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제기된 이슈였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지금도 여전하다. 게다가 분과학문이란 체계안에서 자신들만의 성을 쌓고 배타적인 태도로 일관해온 우리의 학계 역시 이런 류의 인간과 능력을 깎아 내리는 것에만 열중했고 지금도 그렇다. 물론 그들은 학문의 순수성을 핑계로 삼지만 속내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주기 싫다는 말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씩 이런 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을 바라볼 땐 '유별난 천재들'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들이 갖고 있는 능력 혹은 재주가 그렇게 유별난 것일까?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진정으로 그들이 유별난 지점은 '엄청난 노력'이지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주는 아니다.
그렇다고 전혀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질적인 학문사이를 오고가기 위해서 들인 노력을 칭찬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세상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명제다. 학문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 들어가면 달라지는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학문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학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좀 엉뚱한 비유지만 무협지에서 문파는 달라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고 고수끼리는 통하는 것이 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감히 되도 않는 미래학자 흉내를 내보자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미래엔 그런 인간형이 더욱 많이 필요할 것이며 그런 이들이 세상을 이끌어 가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조금 더 덧붙이자면 제발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갔으면 하는 개인적이고도 절절한 바램도 있다.
책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었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