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어렵다'

The Skeptic 2011. 3. 26. 23:45

'채우는 것보다 비우는 것이 어렵다'

 

'채운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안다는 것이고 '비운다'는 것은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로 생각해보면 비우는 것(잊어버리는 것)이 채우는 것(아는 것)보다 중요할 리는 없다. 물론이다. 단지 이런 격언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는 것'에 매몰되는 경우를 피하라는 의미에서다. 

 

한 가지를 아는 사람은 세상을 오로지 그 한 가지로 바라본다. 그런데 알다시피 세상에 변화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 변화에 따르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한 가지로 충분히 설명이 되는 세상도 언젠가는 틀릴 수가 있다는 의미다. 이런 경우엔 자신이 알고 있던 한 가지가 아닌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울 줄 모르는 사람은 그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게 아집의 화신의 되어가는 거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이게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깨달음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나이가 들고 지적인 능력이 떨어져서 그동안 쌓아놓은 지식이 조각나고 먼지처럼 사라져 버리더라도 몸에 밴 깨달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곱게 늙기 위한 기본중의 기본이란 말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추해지는 것은 대체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힘들게 인생을 살았는데 나이가 들었더니 젊은 것들이 무시나 하더라는 반감이다. 그런데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다. 그 양반들이 살았던 시절과 어린 아해들이 사는 시절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생스럽다는 건 같을지언정 '왜 무엇때문에 어떻게 고생스러운가?'는 다를 수 밖에 없고 이런 것이 다르면 그에 대응하는 행동양식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 옛날엔 일하느라고 뼈골이 빠졌겠지만 요즘 젊은 이들은 뼈골빠지게 일할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힘든 것처럼 말이다. 일자리가 왜 없냐고 윽박지르는 노친네들도 있지만 옛날엔 그 돈 받고 일하고 대충 차곡차곡 모아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벌어가지곤 미래가 안 보인다는 차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놀라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차이들을 인지하지 못 하더라도 '세상은 늘 변한다'는 것과 '비울 줄 아는 능력'만 있으면 적어도 세상물정 모르면서 목소리나 높이는 무식한 노인네로 살지 않을 수 있다. 그런 태도가 세상 모든 이들에게 다 인정을 받진 못 할테지만 적어도 그런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어린 아해들에게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도 저도 싫다면 다른 방법도 있긴 하다. 돈을 아주 많이 벌면 된다. 물론 사람들은 당신이 아니라 그 돈앞에서 알랑방귀를 뀔 테지만 다행히도 당신은 그런 것을 구분할 능력이 안 될테니 걱정할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