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상황논리'와 '원칙'

The Skeptic 2011. 4. 5. 00:42

'상황논리'와 '원칙'

 

'상황논리' 객관적 사실이나 원칙보다는 현실적인 상황의 제약이나 한계에서 오는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경우를 지칭하는 말이다. 특이하리만치 원칙이나 지조를 강조하는 문화권에 있는 대한민국의 경우 '상황논리'에 대해 끔찍하리만치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물론 내 시각에서 보자면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렇거나 살아가면서 주어지는 다종다양한 상황에 적응할만한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기 합리화의 목적으로 '원칙'을 강조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그 기저엔 '성인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라는 무식한 틀이 존재하고.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유력한 이유로 꼽는 것은 바로 두번째, 즉 다종다양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 부족과 응용력 부족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이건 워낙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이라 그리 흠이 될 것도 없다. 그냥 선선히 인정하고 나보다 그런 면에서 조금 나은 사람의 제안에 따르면 그만이다. 그러나 '성인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적 질서'에 순응하도록 길러진 사람들, 특히 남성들은 이런 '인정'을 '굴종'내지는 '복종'이라고 여기며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기 위해 상황에 대한 적응력과 응용력이란 실로 뛰어나고 드문 재주를 '상황논리'라는 궤변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상황논리'가 마냥 중요하다는 건 아니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주어진 상황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맞게 적절한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나 사람까지 '상황논리'라는 이름으로 도매급으로 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그저 다수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고자 하는 무원칙한 순응과 군중심리같은 '상황논리'와는 구분해야 마땅하다. 

 

선거철이다. 사실 그래봐야 재보선이긴 하지만 어쩌다 보니 꽤나 상징성있는 지역에서 꽤나 비중있는 인물들이 맞붙는 구도가 되어가고 있다. (아! 물론 분당에서 강재섭이가 나온다면 갸는 '비중있는 인물'에서 제외다.) 그리고 이미 시작된 죄박이의 레임덕에 발맞추어 벌써부터 일군의 대선주자들이 뛰고 있다. 그에 따라 야권연대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이 부각될 때마다 나오는 '상황논리'라는 비판 역시 여전하다. 그래서 해본 소리다. 

 

'현실적 불가피성' 그것이 얼마나 설득력있는 것인가를 먼저 증명해야 겠지만 그것마저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My way'만을 부르겠다는 벽창호들은 정말 답이 안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