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 재미있겠다!
만일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면?
쓰레기 조선일보에 실린 사설이다. 물론 원 글은 현재 경제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탈세 문제를 다루기 위한 글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삼성이 한국을 떠난다는 제목과 사례를 인용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례 자체를 잘못 든 것이다. 외국의 사례들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세금이 없거나 아주 약한 국가로 국적을 옮기는 것은 이제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탈세 행위다. 그러나 모든 경제행위를 그 국가에서 하지 않는 이상은 세금을 모두 피해갈 도리는 없다.
가령 삼성전자처럼 IT기업이 아니라 가전업체인 경우 반드시 공장과 기술자들이 필요하다. 즉 생산설비와 인력을 모두 조세 피난처로 옮기지 않는 이상 세금을 피해갈 도리는 없다. 게다가 삼성 일가가 모두 그 곳으로 이주하여야 한다. 삼성이 그런 일을 할까? 이 사설을 쓴 이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이 국가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사례도 몇 가지 든다. 문제는 그 사례들이 현실화된 사례들이 아니란 점이다. 즉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인데 그걸 문제삼는 것이다.
물론 글쓴 이는 '유비무환'이란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나 '왜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는가?'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는다. 만약 그가 사례로 든 것들이 해당 기업에 상당한 이득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했을 터인데 왜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을까?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런 질문이 아닌가? 무엇이 기업이 국가를 선택할 수도 있는 글로벌화된 환경에서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국가를 선택하는 사례는 보기 힘든가? 문제는 대한민국 경제학자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답을 하지 않는다는 거다. 분명히 말하건데 이건 학자들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반학문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학자란 이들이 단지 '가능성'에 머물고 있는 문제를 마치 사실인 양 단정적으로 언급하면서 경제학적으로 엉뚱한 주장을 펼친다는 점이다. 이 글의 결론 역시 같은 길을 간다. 즉 탈세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경제학자들과 다를 바 없는 문제, 법인세와 규제를 들먹인다.
웃기는 것은 이런 이들의 글은 늘상 똑같다는 거다.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높지 않지만 대만, 홍콩, 싱가폴에 비하면 높다'는 식이다. 이 말을 다른 말로 쓰자면 이런 거다. '선진국보다는 높지 않지만 개발도상국들에 비하면 높다' 불행한 일이지만 남조선 경제학자들중에 미국, 일본이 우리보다 높은 법인세를 받는다는 걸 거론하는 것만 해도 꽤나 양심적이라고 봐줘야 한다. 그렇다면 일본이나 미국의 세금이 높아서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아는 한 제조업에선 그런 일 벌어지지 않았다. 해외 공장을 많이 갖고 있기로 유명한 미국조차도 공장만 해외로 나가 있을 뿐이다. 조세피난처로 나간 기업들은그야말로 돈놓고 돈먹기하는 기업들 뿐이다. 이들은 그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선진국일수록 금융시장 질서를 뒤흔들 수 있는 무지막지한 돈 거래에 대해서 법적으로 강력한 규제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는 대만, 홍콩, 싱가폴을 동아시아의 경쟁국이라고 칭한다는 점이다. 대만의 경우라면 경쟁국이라 칭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홍콩과 싱가폴을 경쟁국이라고 볼 수 있나? 대관절 무슨 근거로? 대만은 적어도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국일 수 있지만 홍콩이나 싱가폴이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던가? 무식하게 단순화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A라는 국가에선 자동차를 만든다. B라는 국가는 주로 자동차 부품을 만든다. 같은 제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관계는 경쟁적인가? 아니 오히려 상호협력적인 관계라는 것이 더 정답일 것이다. 단지 같은 지역에 존재하고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과 소둑수준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쟁국가라고 칭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논리다.
예전에도 말했지만 삼성이 한국을 떠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삼성 스스로도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고전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경제 주체'로서의 인간보다는 '근거없는 애국심에 좌우되는 비합리적인 경제주체'인 인간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용과 수출용 제품의 질이 확연히 다르고 심지어 국내용의 가격이 월등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대재벌 기업들의 제품을 사준다. '땅짚고 헤엄치기'가 가능한데 뭐하러 외국으로 나가겠는가?
애시당초 그런 몰아주기를 통해 남조선의 대기업은 성장했다. 만약 삼성이 나간다고 해도 남조선 국민들은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 산업화의 단계에 이른 나라로서 그런 일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처음 해보는 일도 아니다. 못할 것도 없고 그렇게 힘들 일도 없다.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해라. 아니 개인적으로 나가봤으면 싶다. 아마도 그 때가 진정으로 삼성의 도전이 시작되는 때일 거다. 나도 어떤 전개가 이루어질지 심히 궁금하다.
P.S.
특정 국가의 기업이 함부로 국적을 옮기지 못 하는 이유는 '나갈수도 있다'는 이유에 비해서 월등히 많다. 경제학자들은 그 이유들이 경제학적으로 매우 사소한 이유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된 진단이나 예측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역시 바로 그런 사소한 이유들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앞으로도 경제학자들, 특히 신자유주의에 매몰된 남조선 경제학자들은 계속해서 틀릴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