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자이언츠의 초반 부진

The Skeptic 2011. 4. 22. 15:50

자이언츠의 초반 부진

 

작년 포스트 시즌 진출팀이 올 해 개막후 리그 꼴찌로 내려앉았다. 다른 팀 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일이다. 물론 2000년대 들어 가장 강력하고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는 와이번스나 베어스에게 발생한 일이라면 시각이 달라질 테지만 다른 팀이라면 그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일어난 것'뿐이다. 문제는 그 팀이 자이언츠라는 거다. 자칭 '구도'라는 부산의 팬심과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웬지 그것을 당연한 것인 양 인정해버린 야구 관계자들의 호들갑이 별 거 아닌 일을 대단한 사건인 양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자이언츠 팬들의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년 포스트 시즌 진출 팀이다. 그런 팀이 모기업의 부실한 지원에 허덕이는 히어로즈, 모기업과 프런트의 무능으로 마음에도 없는 리빌딩을 진행중인 이글스에게도 밀렸다는 건 팬들로선 충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건 참 우스운 반론중의 하나다. 작년에도 이글스와 히어로즈는 그런 팀이었다. 리그에 8개 팀이 있다. 그 중에 이 두 팀을 제외하면 여섯 팀, 즉 고작 두 팀만 앞서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게 그렇게도 대단한 일일까? 물론 엄밀하게 말하자면 상위 두 팀, 와이번스와 베어스를 제외해야 하기에 4팀중의 2팀이다. 그래도 여전히 확률은 50%에 육박한다.  

 

게다가 애시당초 로이스터 감독의 교체를 반대했던 나로선 시즌 초반 자이언츠의 이런 행보가 당연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자이언츠의 모기업이나 프론트가 무슨 생각으로 감독을 교체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우승을 위해서'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야구팬이 몇이나 될까? 리그 최강의 공격력과 선발진, 리그 최하위권의 불펜진과 수비력. 이런 엇박자를 가지고 우승을 한다는 건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힘든 건 바로 리빌딩중이거나 혹은 체질개선 중인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감독을 비롯한 핵심 코치진의 대거 교체. 그리고 맞이한 첫 시즌. 대관절 무엇을 바랄 수 있단 말인가? 과거 몇 년동안 자이언츠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팀이 있다. 트윈스다. 작년에 감독을 교체했다. 성적은 중요치 않다고 말했지만 프론트에서 보여준 행보는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작년 트윈스는 여느 해와 크게 다를 것 없었다. 팀 체질개선이란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미다.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개인주의보다는 집단주의적 경향이 강한 사회 분위기에선 체질개선보다는 리빌딩이 더 쉽다고 본다. 

 

리빌딩은 선수들의 면모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다. 새롭게 팀의 주전으로 올라섰거나 1군에 합류한 선수들에겐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반면 체질개선이 필요한 팀은 동기 부여이전에 팀 내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그저 일반론이다. 개인적인 견해로 보자면 그런 문제 역시 성적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리빌딩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알다시피 팀의 정체성과 색깔이란 면에서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많기 때문에 추진에 있어서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프로 팀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 고작 4월이다. 게다가 전격적인 감독과 코치진 변화를 맞이한 첫 해인 팀의 4월이다. 팬들더러 냉철해지라고 말한들 들어 먹을 사람들이 아니란 건 알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성적이란 게 내 생각이다. 

 

 

p.s.

그 와중에도 우려스러운 점이 있다면 바로 모기업과 프론트가 감독과 코치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의혹이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올 시즌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프론트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다. 유능한 프론트라면 개입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개입하더라도 감독이나 코치진과 갈등을 일으키진 않았을 거다. 그게 유능한 프론트니까. 그렇다면 자이언츠의 프론트가 그렇게도 유능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