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경제성장과 고학력?

The Skeptic 2011. 4. 23. 02:30

경제성장과 고학력?

 

이탈리아의 한 신문이 '한국 교육을 배우라'고 주장했단다. 내용은 이탈리아 일각에서 대졸자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반박하기 위해 한국을 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교육이 경제 성장의 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 성장과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은 솔직히 공감하기 힘들다. 이를 테면 문맹율처럼 지극히 기초적인 수준의 교육인 경우라면 경제 성장과 직결된다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고학력인 경우엔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현재 이탈리아의 25세에서 34세의 젊은 층 가운데 대학 졸업자 비율은 19%로 유럽 평균치(30%)애도 크게 못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60%)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만약 대학 졸업자 수가 경제 성장과 정비례 관계에 있다면 한국은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도 높아야 정상일 것이다. 대학 졸업자 수가 2배나 높지 않던가? 게다가 대학 졸업자 수가 이 정도로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면 첨단 과학 분야에서도 유럽보다 나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더 잘 안다. 

 

오히려 난 이 관계가 정반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교육의 성장이 경제 성장을 부른 것이 아니라 경제의 성장이 교육의 성장을 부르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와 같은 현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제적인 여건이 나빠지면 사람들은 씀씀이를 줄이는데 그 순서상 교육비는 앞 순번에 위치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 현상은 가난한 나라들일수록 더욱 심해진다. 가난한 나라에선 당장 먹고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을 돈을 벌기 위한 노동 시장으로 내몬다. 아이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학교로 보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것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즉 '생존'이 아니라 '삶의 질' 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교육에 대한 욕구가 대중적으로 받아 들여지기 시작하는 거다. 이 쯤에서 대학 졸업자 수가 차이가 나는 것은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한 우선순위의 차이 때문이다. 옛날부터 고학력이 신분상승을 위한 가장 좋은 기회였던 문화권에선 당연히 그에 대한 욕구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고학력은 경제 성장의 주된 원인이라기 보다는 경제 성장의 결과물일 확률이 더 높다. 

 

 

p.s.

게다가 남조선의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은 단지 과잉 학력이란 문제만이 아니라 부동산 거품을 떠받치는 중요한 명분중의 하나이고 사교육 시장을 떠받치는 마르지 않는 샘과도 같다. 그리고 주택 거품과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사교욱 시장은 적어도 남조선의 경제지표에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힘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게 만들어진 경제 지표를 허수가 아니라고 말하긴 매우 힘들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