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주가 상승은 경제발전을 의미하나?

The Skeptic 2011. 4. 27. 00:49

주가 상승은 경제발전을 의미하나?

 

주가의 상승세가 '무섭다' 고 한다. 물론 난 '상승' 그 자체가 더 무섭다. 아무튼 그렇다면 주가의 상승은 경제 발전의 지표가 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믿는다. 오죽했으면 죄박이가 대통령 후보자였던 시절 대통령이 되기만 하면 임기내에주가 3만간다고 떠들고 다녔을까.(개인적인 억측을 하나 하자면 바로 그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온 행정부처와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들이 주식시장에 펌프질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주가의 상승은 기업의 가치 상승을 의미하고 이것은 기업이 많은 이윤을 냈음을 의미하기에 그렇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2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역시 '무엇을 경제발전이라 지칭할 것인가?'하는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작한다. 특정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가 있다. 그리고 어떤 기술개발덕에 그 자원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고 가격이 마구 뛴다. 그래서 그 국가에서 그 천연자원을 '채취'하는 기업이 떼돈을 벌었고 덩달아 그 회사의 주가가 상승했고 그 덕에 전체 주가 역시 상승했다면? 물론 각종 지표상 경제는 발전했다고 표시될 것이다. 그러나 그 국가는 여전히 단순한 1차 산업에 매달리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이것을 경제발전이라 부를 수 있을까? 

 

결국 주가의 상승, 그 자체보다는 주가가 상승하게 된 원인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지금부터 적시할 두번째 문제, 주식 시장 자체가 가지는 문제점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그 주식을 발행한 기업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변화한다고 알려져 있고 그렇게 배운다. '가치 투자의 귀재'라고 알려진 워렌 버핏같은 사례다.(개인적으로 그에게 따라 붙는 호칭중 '오마하의 현자'라는 표현은 지나치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도 그럴까? 사람들이 주식을 살때 그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던가? 물론 그렇게 투자할 수도 있다. 그럴만한 경제적 여력이 있다면 그게 가장 좋은 투자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식을 살 때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이윤'에 더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개인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특히 요즘 들어 그 모습도 다양해진 각종 투자 전문회사들부터 해외의 조세 피난처에 본사를 두고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투기자본들, 심지어 국가가 국민들의 쌈짓돈 거둬서 운용하는 연기금까지 사실상 같은 패턴을 보인다. 심지어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금융 자유화에 의하면 모든 자금은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이윤추구가 더 절대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주식 시장은 교과서에 나오는 것처럼 기업의 미래가치나 기업이 투자할 자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완전히 다른, 그저 주식을 매개체로 하는 시장이 되어 버렸다. 투자자가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민의 자금을 대리 운영하는 국가든 상관없이 장기적인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이윤 창출에 더 관심을 갖을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선진적인 금융 기법'이란 이름하에 만들어진 수많은 주식관련 상품들, 애초엔 금융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상품들은 실제로 투기수단으로 더 유용할 뿐이다. 

 

주식시장의 현실이 이런데 주가의 상승을 경제발전의 지표로 바라볼 수 있을까?  

 

 

p.s.

얼마전에 은행에 갔다가 주가연동 금융 상품과 관련된 팸플릿을 하나 봤다. 지정한 수준 이내에서 '주가가 하락하면'(주의하자. 상승이 아니라 하락이다) 약속된 이자를 준다는 상품이었다. 솔직히 정말로 그 메카니즘이 궁금했는데 그 금융상품이 어떻게 그런 묘수를 부리는 지에 대해선 나와있질 않았다. 물론 유추해 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유추는 어디까지나 유추일 뿐. 하지만 난 그 은행의 직원들에게 묻지 않았다. 제대로 된 대답을 해줄 사람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