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이글스

The Skeptic 2011. 5. 21. 04:13

이글스

 

이글스는 프론트가 어떻게 하면 구단을 말아 먹을 수 있는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FA로 풀린 프랜차이즈 선수를 잡지 못해서도 아니고 일본에 진출했던 이범호를 다시 잡지 못 해서도 아니다. 주력 선수가 시즌중에 갑자기 군대에 입대하는 사건이 벌어질 정도로 정신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독, 코치진, 선수들의 문제로 인한 성적 하락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프론트가 말아먹은 경우엔 그 후유증이 크다. 

 

그래서 올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이글스는 만인이 공인하는 약체 팀으로 평가받았다. 히어로즈와 꼴찌 다툼을 할 것이란 예상은 시즌 초반이지만 거의 맞아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없는 살림에도 이글스는 나름대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게다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이번 주중 베어스와의 시리즈는 이글스의 위닝 시리즈였다. 단순히 약체 팀이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내서도 아니고 최근 끝모를 침체에 빠진 베어스를 상대로 한 승리라고 그 의미를 축소하고 싶지도 않다.

 

더 중요한 것은 이글스가 이긴 두 번의 경기 모두 약체 팀이라고 볼 수 없는 '매우 정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였다는 점이다. 승리한 첫번째 경기가 계투진을 쏟아부은, 그리고 실책이 난무한 수준낮은 경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최근 한국 프로야구판에서 유행하는 스타일과 비교하자면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적재적소에서 확실한 승리 계투인 박정진을 투입하여 승리를 가져갔다는 점은 혼란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정상적인 플레이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백미는 바로 그 다음 승리 경기였다. 선발 투수가 7회까지 무실점 호투하고 위기 상황에서 2명의 계투를 등판시켜 경기를 마감하는 방식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야구의 정석' 그 자체였다. 작년 시즌 이글스는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를 제외하면 최약체였다. 그런데 올 시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이글스가 정상적인 5인 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는 팀이란 걸 깨달았다. 리그 1위인 와이번스조차 버겨워 하는 것인데 말이다. 

 

물론 내외야 수비진이 여전히 불안하고 계투진을 비롯한 선수층이 얇다는 건 긴 시즌을 달려가기엔 큰 약점이다. 그러나 분명 이글스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