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약점 노출

The Skeptic 2011. 5. 27. 14:11

약점 노출

 

야구 경기를 보다보면 참 답답한 경우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약점이 노출된 선수'다. 오늘 벌어진 베어스 대 트윈스의 경기. 기사만 놓고 보면 선발인 니퍼트와 주키치의 투수전이었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특히 각 팀의 선발 투수들이 내려간 후의 경기 양상은 더욱 그랬다. 

 

실책성 플레이로 찬스를 날린 트윈스의 경우도 답답하긴 했지만 베어스의 경우보다 심각한 건 아니었다. 매번 찬스를 만들어 내고 그 기회를 무산시킨다. 문제는 그 찬스마다 트윈스의 배터리가 의도적으로 특정 선수를 선택해서 싸움을 걸고 번번이 이겼다는 점이다. 바로 베어스의 최준석이다. 베어스의 클린업 트리오에 있는 선수지만 오늘 플레이를 보면 완전히 약점이 노출된, 그야말로 만만한 선수에 불과했다. 

 

물론 주키치나 타이거즈의 트래비스같은 투수들은 왼손 투수에 변화구의 각이 좋고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도 높은 편이라 타자들이 공략하기 쉬운 타입은 아니다. 게다가 바깥 쪽 공과 떨어지는 변화구엔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약점까지 노출당한 상태라면 어떻겠는가? 그런 상황인데 앞선 타자는 힘도 좋고 바깥 쪽 공을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어 내는 기술도 뛰어나다면 상대 팀 배터리는 누구와 승부를 벌이겠는가? 실제 시합에서도 그런 상황이 벌어졌고 매번 트윈스 배터리가 이겼다. 

 

장점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약점이 존재하고 그것이 치명적인 약점이라면 최소한의 보강은 필요한 법이다. 만약 그걸 해내지 못 한다면 감독 입장에선 그 선수를 선발로 기용할 수가 없다. 

 

같은 날 벌어진 와이번스 대 이글스의 경기. 무려 류현진으로부터 2점 홈런을 쳐낸 최정. 타석에 선 최정은 아마도 빠른 볼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의외로 류현진이 던진 볼은 커브성으로 떨어지는 느린 볼, 예상못한 느린 공이라 주춤하는 듯 했으나 이내 타이밍을 맞추더니 심지어 홈런으로 연결했다. 일반적인 타자들은 완전히 타이밍을 빼앗기고 배트를 낼 생각도 못할만한 상황인데 말이다. 

  

그런 능력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다만 최소한의 적응력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한 팀의 클린업 트리오란 의미는 고만고만한 투수들의 공을 잘 쳐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팀의 에이스 투수들의 공도 제대로 쳐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