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중수부 폐지 pt.2.

The Skeptic 2011. 6. 7. 02:46

중수부 폐지 pt.2.

 

검찰개혁을 말하면서 중수부 폐지가 늘상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조직이 정치권력에 야합하는 정치검찰의 대표적인 기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수부를 폐지하면 검찰의 정치적 성향이 줄어들까? 솔직히 그런 기대감은 없다. 물론 중수부를 폐지하면 정치인이나 경제인같은 거물급 수사를 할 수 없다는 검찰의 억지논리를 듣고 있으면 '저것들 머릿속엔 대관절 뭐가 들었나?'싶을 정도지만 말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인물의 잘못을 수사하는데 굳이 그런 특별기관이 필요할 정도라는 건 결국 검찰 스스로가 국가의 사법기관, 그것도 '만인은 법앞에 평등하다'는 헌법상의 조항조차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할 정도로 능력이 떨어지거나 정치적으로 타락한 존재들이란 증명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은 그게 현실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심지어 전체 검찰 조직의 수장이란 인간조차 그런 말을 읊어댄다. 전체 검찰의 청렴을 관리감독해야할 지위에 있다는 사람이 그런 말을 씨부린다. 이건 검찰 조직 차제가 뭐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되어 있다는 의미다.  

 

미안하지만 나도 그렇게 본다. 대한민국 검찰은 믿을만한 조직이 아니다. 우리가 검찰 개혁을 원하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갸들이 사법기관이란 점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법앞에 평등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나 어디서 한 번은 들어본 말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런데 이 흔하디 흔한 명제는 그렇게 단순하게 받아들일 만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집단이 구현해놓은 사회속 수많은 분야들을 통틀어 따져봐도 '완벽한 평등'이란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그나마 가장 '완벽한 평등'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바로 성문화된 법이란 기준의 존재 때문이다. 다른 분야들은 그와 같은 엄격한 기준이 없을 뿐더러 개개인에 따라 그 기준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백수가 월급 100만원을 받는 것과 연봉 1억을 받던 사람이 받는 월급 100만원, 같은 100만원이지만 그 느낌은 사뭇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반면 법은 앞서 말한 것처럼 엄격한 기준이 존재하기에 '완벽한 평등'을 구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을 수 밖에 없고 무의식중에 그런 것을 체득하고 있는 사람들이 불공정한 검찰,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검찰에 대해서 불만을 갖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정치권력을 갖는 이들 역시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의 개혁을 통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을 기본주의 기본으로 여겨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매우 불행하다. 초대 대통령이란 예수쟁이 이승만은 6.25당시 수도 서울을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라디오 방송을 틀어놓고 자신은 도망쳤다. 그것도 쫗아올 북한군이 두려워 한강에 걸린 유일한 인도교를 끊어가면서 말이다. 무슨 권력이 세습되는 절대왕권 시절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이 잡혀 죽어도 국가는 존속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이다. 그 이후로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군사독재 정권들이 권력을 잡았고 그 역사는 사실상 메기 김영삼 시절까지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그 이후 10년만에 자랑스런 남조선 국민들은 그 독재자들 몾지 않은 독재를 행하며 자신이 조선시대 임금쯤 되는 줄로 착각하는 반민주주의적 사고를 갖고 있으며 심지어 김영삼의 멍청함까지 갖춘 인간을 대통령이랍시고 뽑아주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정치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정권의 오랜 집권은 검찰이 공정함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독재 권력의 부당함을 폭력과 협박이란 방법을 통해 떠받쳐주는 역할을 하도록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아주 쉽게 말한다. 돈만 잘 벌게 해준다면 누가 권력을 잡든 상관없다고. 그런데 역사는 그와 정반대의 사실을 증언해주고 있다. 정치적 정당성이 없는 권력은 부패하거나 폭력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을 통제하며 나아가 불공정한 세상을 만들 확률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을 말이다. '돈만 잘 벌게 해준다면'이란 단서를 달고 말을 시작하는 이는 대체로 지금 현재 돈이 많지 않은 사람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불공정한 세상에서 돈을 잘 벌 수 있게 될까? 

 

자주 언급한 바지만 차라리 토끼 머리에 뿔이 나길 바라는 것이 더 빠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