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가계 부채 1,000조 시대

The Skeptic 2011. 6. 24. 03:01

가계 부채 1,000조 시대

 

부채란 결국 빚이다. 그리고 빚이란 건 갚을 능력만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갚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 역시 갚을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앞으로도 나아질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심각해지면 결국 빚을 가지 못한 가계들이 줄줄이 파산할 테고 그 악성 채무를 고스란히 짊어지게 될 은행권들이 붕괴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책 마련에 부심중이라고 한다. 이미 잘 알려진 대책들은 거의 시행될 확률이 높다. 즉 가계 대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고 악성 채무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대출은 하용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은행권의 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지 정작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원인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결코 아니란 점이다.  

 

부채를 많이 진 가계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돈을 벌어서 갚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실업율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흔히 말하는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파트타임과 아르바이트 자리만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주1) 벌어서 갚는다는 건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일단 소극적인 차원에서 소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도 오르는 물가가 만만치 않다. 절약을 통한 지출감소분이 물가상승분에 의해 상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류의 소비지출 억제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나아가 자녀들의 교육문제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구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높다. 

 

가계부채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부터 계속해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던 이유는 바로 이런 경제상황때문이다. 대한민국 재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이젠 금융회사까지 점령하고 있는 죄박이의 친위부대원들인 강만수, 최중경, 박재완이 같은 이들이 꾸는 꿈, '경제가 활성화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 그야말로 개꿈인 이유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필요도 없는 강까지 마구 파헤쳐 가며 돈을 뿌렸지만 실제로 살림살이가 나아지진 않았고, 주택 문제는 해결하기 위해서 공급위주의 정책을 폈지만 여전히 거래는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가격만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중에 뿌려진 돈은 그저 물가를 상승시키는 부정적인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더니 예금금리는 안 올라가고 엉뚱한 주택담보대출금만 이자만 올라가고 있다. 

 

이걸 해결하자니 저게 문제가 되고 저걸 해결하자니 이게 문제가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사실 이 정도면 시장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뭐 그렇다고 죄박이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시장에 엄청난 자유가 부여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보다도 못한 자유가 주어졌을 뿐이다. 다만 죄박이의 극단적인 친 재벌 정책때문에 재벌들은 가만히 있어도 이윤이 나는 상황이었기에 아무 소리도 안 하고 따랐을 뿐이다.  

 

즉 재벌들이나 부자들을 위한 정책엔 적극적으로 달려들던 죄박이 정권이 가계부채같은 서민들의 문제에 대해선 '시장질서'를 강조하고 있는 식이다. 그나마도 내후년에 있을 선거 문제에 민감한 딴나라당 애들이 죄박이의 레임덕 현상을 발판삼아 별로 근거도 없는 선심성, 그러니까 그네들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욕할때 썼던 바로 그  '포퓰리즘 정책'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내 예상은 이렇다. 주택시장 문제도 그렇고 물가도 그렇고 가계부채 문제도 그렇고 어차피 한 통속으로 물리고 물린 관계들이다. 시장 질서에 맡기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면 극단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 도래하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위기 상황이 지나간 이후가 더 나아질 이유도 딱히 없다. 즉 현재와 같은 경제 질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든 달라질 것은 없다는 말이다. 

 

 

주1)

흔히 신자유주의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선진화된 자본주의 국가의 일자리의 현실이 이런 식이다. 연봉 몇 십억은 우습게 받는 돈놓고 돈먹기하는 소수의 금융관계자들과 아침엔 맥도날드, 저녁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면서 예전에 다니던 제조업 직장의 월급을 겨우 버는 대다수의 사람들. 그들이 말하는 선진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