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국노되기가 제일 쉬웠어요.
매국노되기가 제일 쉬웠어요.
몇 번 말했다시피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대해서 시큰둥한 사람이다. 아니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그거 하느라고 들일 돈가지고 다른 사업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연아가 고생해서. 딱 그 뿐이다.
처세에 능숙한 사람은 대세에 따른다고 하더라. 모르는 바 아니다. 남들 하자는 대로 따라 가면 나중에 잘못되어도 나 혼자 욕먹을 일은 별로 없다. 물론 주의할 필요는 있다. 일이 잘못되어 누군가가 책임이라도 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다수대중들은 반드시 '희생양 찾기'에 나서게 마련이고 그 희생양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처세술이다.
우물쭈물하다 낙인이라도 찍히면 삼대가 망하는 수도 있다. 농담이라고? 아니 그렇지 않다. 5.18 민주화 운동이 그랬고 각종 조작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들이 그런 일을 당했다. 명심해라. 삼대가 망한다. 그리고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나 하나 다치는 거야 무어 대수이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다. 남한이란 나라는 공식적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뿌리깊은 연좌제의 국가다. 북한과 전혀 다를 것 없다.
평소같으면 사근사근 나긋나긋거리던 당신의 이웃들조차 당신에게 '희생양'이란 낙인이 찍히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로 다가올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물론 그러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알다시피 남한의 자칭 보수주의자들은 지금도 사람들에게 '사상을 검중받으라!'고 윽박지르고 있지 않던가? 심지어 대법원장 후보에 오른 이에게조차 '사상검증'을 하야 한다고 입에 개거품을 무는 나라다. 그런 이들이 힘들 가지고 있는데 긴박한 상황이라도 닥치면 누구라도 그 협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매국노가 만들어지는 거다. 단지 동계 올림픽에 쓸 돈 가지고 다른 일에 쓰는 것이 더 좋지 않는냐는 말 한 마디로도 당신은 충분히 매국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그렇게 난 또 매국노가 되었다.
부록) 투덜대고도 매국노가 되지 않는 법
동계 올림픽 유치에 대해서 투덜대면 매국노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매국노가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고 하고자 하는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점잖게 이렇게 말하면 된다.
"세계인의 화해와 우정, 평화를 스포츠로 풀어내는 올림픽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올림픽으로 돈 몇 푼 벌 수 있다는 것 뿐이냐? 이 속물들아!"
멋지지 않은가?
난 멋진 놈이 아니라서 사용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