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청부업자
과학 청부업자
난 과학과 과학자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 특히 사회과학처럼 인간의 자의성이나 주관성이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학문에 비하면 자연과학은 그 변동폭이 좁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기도 하다. 새삼 강조하지만 G20 회의당시 그 회의로 인해 무려 400조가 넘는 경제효과가 나온다는 발표를 했던 경제학자들과 기관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보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잇을지 궁금하다.
물론 그런 통계가 어떻게 나오게 되는지에 대해선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벌 수 있는 수익이 아니라 이른바 '무형의 수익'이란 측면을 어떻게 다루는가에 따라서 통계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왜 이런 통계들을 다룰 때마다 이토록 큰 차이가 나는 것인가 하는 점인데 결국 이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 구도로 설명할 수 밖에 없으며 심지어 정치 공학적인 차원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의 <자의성>와 <의도성>이라고 밖엔 달리 말할 길이 없다. 즉 특정 경제학자나 경제집단이 특정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경제 통계 수치를 부풀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우습지만 사회과학에선 그게 가능하다. 심지어 경제학에서 통계를 발표할 땐 통계수치 그 자체보다 <어떤 기준을 근거로 나온 통계인가?>가 먼저 고려의 대상이 되어야 할 지경이다. 그 가장 비근한 예가 실업통계다. '일정 기간 이상 취업을 위한 행위를 하지 않은 자는 실업자가 아니다'라는 기준은 대한민국이 사용하는 실업통계의 기준이지만 일반적인 상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게다가 '실업상태'를 결정짓는 기준 역시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너무나 너그럽기 그지없다.
적어도 자연과학은 사회과학에 비해 그런 면이 적을 것이라 난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삼정전자 산업재해와 관련된 일련의 해프닝을 보고 있노라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논문과 보고서는 결과나 답만 적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결과가 도출된 과정 역시 반드시 적시되어야 한다. 자의성에 의해 많은 부분이 좌우되는 사회과학조차도 그건 불문율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작업환경과 백혈병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미국의 인바이런이란 기업은 그런 불문율을 지키기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더러 믿으라고 한다.
설령 그들의 결과가 맞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식의 태도는 이미 과학적 진실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인바이런이 발표한 결과는 그저 재벌과 야합한 과학 청부업자 집단의 야합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과학이 그 가피를 인정받는 것은 자신의 연구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받아 들이는 데 있다. 마치 대학의 가치가 직업인 양성소나 학점 자판기, 자격증 학원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는 것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지금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본의 힘에 의해 사회 각 뷴야마다 존재하는 저마다의 가치마저 완벽하게 훼손당하고 있다.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것은 삼성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삼성이란 재벌에 의해 중요한 가치들이 쓰레기취급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게 될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