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카레밖에 없나?
마트에 카레밖에 없나?
혼자 밥을 해먹다 보니 국물 요리라는 게 참 만만치가 않다. 1인분을 해서 먹으면 가장 좋은데 그걸 끼니마다 하려면 '매우' 번거롭다. 음식을 하는 게 힘들다기보다 하고 남은 재료 보관이 용이하지가 않다. 한 번 먹은 걸 다시 해먹는 것이나 한 솥끓여놓고 계속 데워먹는 것이나 사실 그게 그건데 기분이 다르다. 한 솥끓여 놓으면 그냥 포기하는 심정으로 그냥저녕 먹게 되는데 반해 매번 같은 걸 해 먹으려면 웬지 질린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먹을 수 있는 걸로 제일은 역시 카레다. 해먹고 남은 재료들을 다 때려넣고 만들어도 일정한 수준의 맛을 내주다 보니 선호하게 된다. 저번 주엔 말라 비틀어지려는 사과를 감자, 당근, 양파와 함께 때려넣고 만들어 먹었다. 재료가 달라지면 맛도 조금 달라지지만 먹을만 했다. 사실 식재료 중 고기만 아니라면 어떻게 요리해도 대충 잘 먹는 타입이니 '맛이 괜찮다'는 기준은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만.
그런데 오늘 동네 마트를 들렀다가 꽤나 실망스러운 경험을 했다. 즉석요리는 아닌 걸로 카레말고 다른 게 없을까 찾아봤는데 '없었다' 동네 작은 마트 두군데를 돌아다녔는데 카레만 종류별로 있더라. 조금 더 멀리 가면 큰 마트가 있긴 한데 귀찮고 해서 개인적인 정치적 이유로 가지 않는 롯데마트엘 갔다. 거기선 카레말고 다른 게 있었다. '짜장가루' 카레말고 다른 걸 찾던 터라 그냥 한 봉다리 사들고 돌어왔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분말가루 형태로 된 것들이 카레말고도 꽤 종류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반대로 늘어난 것은 즉석요리들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들은 결정적인 약점이 있는데 바로 야채가 푸석푸석하다는 점이다. 야채는 그럭저럭 잘 먹는데 냉동건조의 푸석거림은 정말 적응하기 힘들다. 물론 야채 자체가 말라 비틀어지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푸석거림'인데 난 이게 영 적응이 안 된다.
아무튼 '짜장가루'를 사가지고 와서 감자, 당근, 양파 그리고 먹다 남은 파프리카 때려넣고 이른바 짜장을 만들었다. 역시 처음 만들어 보는 것이라 물조절에 실패. 짜장이 아니라 짜장국비스무리하다. 맛은? 실망스럽게도 그냥 짜파게티 맛이다. 짜장만드는 법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