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일본 - 일관성?
북한과 일본 - 일관성?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악에 이른 듯 하다. 최근 들어 간간이 들려오는 북한발 정치 불안 소식들은 바로 그런 경제적 상황들을 반영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조중동과 뉴데일리같은 각종 극우 매체들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은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다는 면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허풍 수준인 것들도 많지만 말이다. 아무튼 식량 사정은 예전부터 안 좋았고 북한의 핵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역시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점을 고려하면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졌을 리는 만무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북한은 남한과 미국에 각종 당근을 제시하며 그 댓가로 원조를 요청하거나 금강산 관광 시설을 볼모로 경제 교류에 나서기를 압박하는 모양을 보이고 있으며 '조건없는 핵 회담'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자세변화덕에 북한에 대한 원조도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또 북한 원조에 대해 입에 거품물고 반대하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논리라는 건 늘 똑같아서 새삼 반박할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 대북정책의 일관성이란 것이다. 즉 한 편으론 국방과 안보상의 이유로 적대시하면서 다른 한 편으론 원조를 해주는 것이 일관성이 없다는 소리다. 물론 나같은 입장에서 보자면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한 두 개의 방법론이란 시각이다 보니 그 둘이 모순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북진통일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장만큼이나 오래된 것인지라 그들에게 설명해 준다고 해서 납득할 성질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일관성이란 것에 대해선 지적을 좀 할 필요가 있겠다.
독도 문제로 난리다. 일본내 자민당의 극우 의원들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고 입국한 사건으로 인해 점점 더 긴장관계가 더 해지고 있다. 우리는 독도에 대한 관점이 너무나 확고하고 그동안 일본이 이런 도발은 해온게 한두번이 아닌지라 큰 심각성을 못 느끼기도 하지만 이건 엄연히 국토와 국경에 관한 사안이다. 물론 우리는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왜 때만 되면 독도문제를 언급하는지 잘 안다. 그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은 국경분쟁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켜서 일본내에 폐쇄적 민족주의와 극우 전체주의를 다시 불러 일으키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란 면이 더 강하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심각한 외교적 분쟁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일본과 다방면에서 엄청난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독도 문제로 인해 경제적 교류가 중단되었다거나 줄었들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며 여전히 한국의 연예인들은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 진출하고 있으며 일본인들 중에도 한류를 좋아하는 이들은 한국의 연예인들에 대해 여전히 대단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과의 각종 교류에 있어서 문제를 야기한 것은 독도 문제가 아니라 최근에 발생한 대지진과 그로 인한 방사능 피폭 우려다. 그 사건 당시에도 우리는 일본에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다. 알다시피 독도 문제는 대지진 사건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와 일본의 이런 관계도 '비일관적인 정책'이라고 봐야 하나? 드러나는 면모만 놓고 보자면 북한에 대한 비일관적인 정책을 편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은 우리와 일본의 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내가 과문한 탓인지 일본에 대해서 그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본 기억이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정책을 펴는 데도 하나는 비일관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하면서 다른 것에 대해선 침묵한다는 건 너무 분열증적인 모습이 아닌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겠다는 것이라면 그냥 가볍게 무시해줄 순 있다. 세상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려도 무방한 것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P.S.
외교문제에 있어서 일관성을 주장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 행위의 결과는 매년 발간하도록 되어 있는 방위백서에 주적이라고 칭해야 하는 국가들의 목록을 계속 늘려나갈 수 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주변국과의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나라들은 방위백서를 출간하면서 '주적'이란 개념이나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굳이 주변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