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전, 노회찬 진보신당 탈당
심상전, 노회찬 진보신당 탈당
난 엉덩이가 무거운 사람이다. 쉽게 말하면 게으른 사람이란 소리고 더 쉽게 말하면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뻔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이 그리 창피하지는 않다. 사람이란 대체로 대부분 다 그런 구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니까. 그나마 조금 다행이라면 적어도 인식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자기가 게으르다거나 현실안주형의 인간이라는 것조차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는 정도? 그리고 마냥 그렇게 사는 사람은 또 아니다.
피치못할 상황이 벌어진다거나 더 이상 도망칠 구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엉덩이를 떼야 하고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나 역시 그 정도의 인간이다. 단지 그런 최대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그 시기가 빨리 닥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문제는 그런 개인적인 바램이 현실 판단을 흐리는 경우다. 자기 합리화가 객관적인 현실을 압도하는 경우다. 이렇게 말하면 정말 큰 일이라도 벌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실상 평균적이고 평범하며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겐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지지도 않는다. 서점에 가면 인생성공 스토리의 책들이 차고 넘치지만 실제로 성공했다는 사람이 드문 이유기도 하다. (물론 여기서 그 성공이란 것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그리고 자기가 속한 사회의 구조속에서 과연 그런 성공이 얼마나 가능한지하는 이야기는 생략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목표'다. 뚜렷한 목표가 없는 사람들은 변화한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도 크게 손해보지 않는다. 물론 그 변화가 급격한 것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 상황이 도래하면 그 급격한 변화속에서 큰 손해를 볼 이들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고 우습게도 그 대중적인 비극이 또 자기합리화의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탈당,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그리고 오늘 탈당 소식을 접하고 그런 판단 자체가 나의 게으름의 소산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난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그 정치를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다. 고작해야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 뿐이다. 말하자면 내가 정치를 대하는 시각과 방식은 그들과 현격한 차이가 있었던 셈이다.
시민운동의 대표주자였던 박원순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고 지금도 자기의 자리에서 충분히 넘치도록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안철수가 현실 정치 참여를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진보적인 정당 정치를 이끌던 심상정, 노회찬이 탈당이란 어려운 카드를 뽑아 들었다. 내가 혹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사이에도 현실 정치는 요동을 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움직임을 박원순이나 안철수에게서 눈치채지 못하고 노회찬, 심상정의 움직음을 보고서야 겨우 알아차린 것은 아마도 부지불식간에 시민운동과 정치를 어느 정도 분리해서 바라보고 있던 나의 시각 탓이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이번 탈당을 계기로 딴나라당을 제외한 나머지 범야권 정당들의 대규모 해체와 재집결이 이루어지지는 않을까?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최선의 시나리오인 것은 맞다.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