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최동원

The Skeptic 2011. 10. 1. 01:31

최동원

 

최동원을 생각하면 난 두 가지가 떠오른다. 남들은 전설이라고 말하지만 난 '무식함의 절정'이라고 칭하는 바로 그 사건, 한국시리즈 4승 달성이다. 그러니까 프로야구가 이름만 프로지 사실상 대중화된 실업야구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 하던 시절. 그래서 거의 전적으로 모기업의 입김에 의해 구단이 굴러가던 시절. 지금도 정신나간 구단과 프론트하면 트윈스와 더불어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자이언츠. 그리고 그 무지한 구단에 대해 저항도 설득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무능한 감독. 거기에 불행히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던 최동원. 그 세 가지가가 맞아 떨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이 바로 한국 시리즈 4승 달성 사건인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선수협의회 결성이다. 지금은 그 모습이 많이 퇴색했지만 당시만 해도 상당히 센세이셔널했던 사건이다. 그리고 당시 그 사건을 통해 드러난 대중들의 천박한 정치적 인식은 또 그만큼 센세이셔널하기도 했다. 최첨단 자본주의를 달리며 전 세계 반공의 성지로 찬양받아 마지않는 미국조차도 선수노조가 존재하건만 당시 사람들중 대부분은 이렇게 말했었다. 

 

"돈도 많이 버는 것들이 빨갱이처럼 뭐 하는 짓들이야?!"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이런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앞서 말한 미국의 예를 들어 설명해도 사람들은 요지부동이었고 불행히도 지금도 그렇다. 남조선이 극우들의 나라일 수밖에 없었던 그리고 지금도 그런 경향이 강한 이유다.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학회란 곳에서 일본 극우파들이 만든 역사교과서와 같은 내용을 기술하도록 하고자 했었던 이유 역시 그와 같다. 남조선 극우들의 뿌리는 결국 일본 극우파인 것이다.

 

아무튼 이 사건에서도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둣 했던 최동원의 모습은 여전했고 내 기억 속 최동원의 모습은 그렇게 남아 있다. 그래서일까? 야구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늘상 화제거리로 삼는 것중의 하나. '선동열이랑 최동원이랑 붙으면 누가 이길까?'와 관련된 이미지도 그와 비슷했다. 선동열은 결코 넘을 수 없는 산과 같다면 최동원은 만만해 보여서 덤벼들지만 끝나고 보면 완패인 그런 느낌. 선동열이 의욕 자체를 꺾는 존재였다면 최동원은 매번 지면서도 웬지 만날 때마다 전의를 불태울 수 있는 상대같았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는 분명 선동열과 최동원이 뿜어내는 다른 영형력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물론 이제 현실 속 두 사람의 승부는 영원한 무승부로 남게 되었지만 말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도 최동원 투수가 자이언츠의 감독 자리에 앉는 것을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푹 쉬십시오. 

 

 

P.S.

첨언하자면 굳이 무능한 프론트와 구단의 대명사로 트윈스와 자이언츠를 꼽은 것은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다른 구단들이 그들에 비해 월등히 나은 것은 아니다. 사라진 유니콘스를 제외하면 사실 다 고만고만한 수준이다. 심지어 이글스나 영웅이네는 트윈스나 자이언츠보다 못 하면 못 했지 잘 하는 구단인 것도 아니다. 그럼 왜 하필 트윈스와 자이언츠일까? 세상에서 제일 짜증스러운 인간중의 하나가 무식해서 일도 더럽게 못 하면서 설레발은 열심히 치고 다니는 종자다. 왜? 그 무식한 넘이 저지른 사고를 다른 사람들이 다 뒤치닥거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