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인?
정치? 정치인?
사람들은 정치를 욕한다. 주의할 것, 정치를 욕하지 특정 정치인을 욕하진 않는다. 이유? 정치를 욕하면 쿨하고 시크한 사람으로 대우받지만 특정 정치인을 욕하면 정치적으로 편향된 사람이란 낙인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체로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를 욕하는 사람치고 뭘 제대로 알고 욕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특정 정치인을 욕하는 이는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쿨해보이지도 시크해 보이지도 않을지 모르지만 상당히 구체적이고 따라서 그 정치적 견해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왜 대한민국 사람들은 문제를 그럴듯한 말로 얼렁뚱땅 넘기려 드는 사기꾼 스타일을 멋있다고 말하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 혹은 그들의 정책을 욕하지 않고 대충 퉁쳐서 정치를 욕하는 사람은 사실 말로만 정치를 욕하고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할 뿐 실은 그런 변화를 완강하게 거부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들이 정치를 욕하는 이유는 그야말로 남들에게 멋져보이고 싶은 것 뿐이다.
그런 징후를 또 엿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정치를 욕하든 구체적인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욕하든 관계없이 욕을 하는 이유는 정치가 잘못되었다는 의사표시다. 그렇다면 이 원인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은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걸 바꿀 기회가 주어지면 그들은 기꺼이 변화를 거부하는 쪽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이들의 주된 논리는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볼때'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실로 오묘하다.
"난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정의롭지도 공평하지도 못하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 현실을 욕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자면 이런 현실은 안 바뀌어야 한다."
마지막 문장의 마지막 부분 '안 바뀌어야 한다'는 표현은 처음엔 '안 바뀐다'라고 쓰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어차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쥐어줘도 쓰지 않을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논의의 대상조차 못 된다. 여기선 정작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그 기회를 쓰레기통으로 걷어 차버리거나 혹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변절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을 것이다. 여기선 굳이 따로 예시하지 말자. 이미 지겹도록 들었고 앞으로도 그 짜증스러운 소리를 계속 들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