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른다.

The Skeptic 2011. 10. 27. 21:54

아직은 아무 것도 모른다.

 

야구 전문가들은 와이번스의 가을야구 우승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이다. 물론 현재 상황은 누가 봐도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대구에서 열린 와이번스 대 라이온즈의 1, 2차전 선발 매치업을  한번 볼까?

 

1차전, 라이온즈는 덕 메티스였다. 후반기 영입이후 괄목할만한 실력을 보여준 외국인 선수다. 반면 와이번즈의 선발은 고효준, 와이번스의 투수진 특성상 선발이라고 부르기 아주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보다는 스윙맨에 가까운 투수다. 즉 선발이 조기에 무너졌을 경우 등판하여 긴 이닝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 불펜투수다. 선발진이 무너진 경우 선발로 등판한 경험이 많지만 그렇다고 선발이라고 부르기엔 조금 어색한 투수다. 

 

2차전,  라이온즈는 오랜 시간 공들이고 우여곡절끝에 영입한 장원삼. 작년 시즌과 이번 시즌 들어 특이하게 투구수가 80개를 넘어가면 급격히 흔들리는 양상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주자가 진루하면 이전보다 많이 흔들린다. 아마도 히어로즈라는 다소 부담없는 팀에서 라이온즈라는 압박감이 심한 팀으로 이적한 것에 아직 완전히 적응하지 못한 걸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히 믿을만한 선발요원인 것은 분명하다. 반면 와이번스는 윤희상, 올 시즌 후반기들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가을야구 시작하고 급격히 부상한 투수일 뿐 확실하게 검증된 투수는 아니다. 실제로 플레이오프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구위는 뛰어나지만 제구력은 불안한 모습을 많이 노출했다. 이를테면 아직은 이글스의 김혁민과 같은 투수인 것이다. 

 

선발 매치업만 놓고 보면 와이번스 입장에선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인 구성이었다. 물론 가을야구라는 단기 시리즈를 그렇게 운용하는 감독은 없다. 즉 한국 시리즈를 종합적으로 바라볼때 1, 2차전에 대한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작전을 들고 나왔다는 의미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면 투수진에 피로가 누적되었다. 1, 2차전을 버리더라도 투수진을 추스려야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와이번스는 2:0, 2:1이라는 박빙의 승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홀드왕 정우람과 여왕벌 정대현을 내지 않았다.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실제 1, 2차전을 통해 소모된 핵심불펜요원은 고든이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반면 라이온즈는 선발부터 불펜까지 온전히 최대전력으로 나섰다. 

 

결과만 놓고 보면 다소 일방적인 흐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다만 1, 2차전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줄인 이유가 선수들의 체력부담때문인데 그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작년과 비슷한 스윕시리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기엔 라이온즈의 모습이 그리 단단해 보이지 않는다. 1, 2차전동안 라이온즈가 보여준 모습은 마치 플레이오프의 자이언츠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만약 그런 경기력을 계속해서 보여준다면 1, 2차전을 이겼다 하더라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주의해야할 점은 비록 당시와 상황은 다르지만 이미 와이번스는 1, 2차전을 먼저 내주고도 역전 우승을 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만약 3차전에서도 라이온즈의 촌티가 계속된다면 난 와이번스의 우승에 한 표를 줄 것이다. 가을 야구가 시작될 무렵에 했던 예측 그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