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헬로 고스트'

The Skeptic 2012. 1. 25. 02:57

'헬로 고스트'

 

나이가 들었나 보다. 남자도 나이가 들면 여성화된다고 한다. 뭐 엄밀히 말하면 중성화되는 것이라고 봐야 될 것이다. 남자들이 나이가 들어 중성화되는 시점이면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여성성이란 게 많이 사라지니까 말이다. 뭐 아무튼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다.

 

아주 옛날같으면 '피식'하고 비웃었을 게다. 왜 영화의 결말이나 반전같은 것이 너무 눈에 보였으니까. 어줍잖은 남성성이란 게 가진 오로지 단 하나의 힘이라면 '한 번 해보자는 거냐!'라는 허세밖에 없으니까.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때 보았다면 절대 비웃진 않았을 게다. 이야기는 예상가능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솜씨가 무척 뛰어났기 때문이다. 소소한 디테일을 잘 처리하는 능력, 그게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리고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힘이다. 그런 점에서 볼때 이 영화의 감독의 솜씨는 전혀 나무랄 데가 없다. 매우 '웰메이드한' 코미디, 로맨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 영화다. 

 

그런데 역시 그보다 더 나이가 들고 나니까 그런 건 사실 아무래도 좋다. 그렇다고 아주 무시하는 건 아니다. 이야기를 지나치게 무리하게 끌어가느라 산으로 가버리는 경우나 앞뒤 재지않고 '이것들아! 어서 울란 말이다!'라고 사실상 윽박지르는 영화들을 만나면 분명 비웃어 주었을 거다. 그러나 그 정도 수준만 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달리 민감하게 생각하는 부분만 건드리지 않는 다면 아무래도 좋은 거다. 

 

일전에 어느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 집에서 가족들 다 자거나 혹은 집에 혼자있을 때 영화보는 게 제일 좋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이 친구의 답. 

 

"맘놓고 울어도 되잖아..."

 

뭐든 남들보다 느린 난 지금에 와서야 그게 어떤 건지 느낀다. 물론 아직도 최근에 된통 걸린 코감기 탓이라고 스스로에게 둘러대기도 하지만 말이다. 난 옛날 사람이고 게다가 남자인지라 아직도 그런 면으론 서툰 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