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색, <지극히> 주관적인 음색에 대한 이야기.
음색, <지극히> 주관적인 음색에 대한 이야기.
나가수 이야기를 한 김에 해보는 이야기. 음색이란 게 있다. 보통 가수들이 가진 목소리의 특징들을 의미하는 건데 보통의 경우 - 그래봐야 내 주변의 경우들에 한정되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 것들이 노래를 듣는데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진 않더라. 주변에 나가수 본방을 사수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들의 평가가 매번 달라지는 걸로 보면 말이다. 그런 반면 난 음색에 관해선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일단 마음에 들지 않는 음색인 경우엔 어지간히 노래를 잘 부르지 않으면 평가가 늘 박하다.
그렇다면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색은 어떤 걸까? 이미 앞 글에서 고백한 것처럼 난 거미다. 그렇다면 거미가 가진 음색의 포지션은 어디쯤일까? 조금 단순한 감이 있긴 하지만 이미 나가수를 통해 알려진 가수들과 비교해보자면 이렇다.
일단 개인적으로 난 윤민수의 음색이 싫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싫다. 말하자면 '대놓고 처우는' 음색을 싫어한다. 우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다. '대놓고 처우는 게' 싫은 거다. 같은 의미에서 이른바 R&B가수들중 역시 '대놓고 처우는' 가수들을 싫어한다. 노래 분위기가 그렇다면 울 순 있지만 그게 절제되어 나오지 않으면 호소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니까 우는 것보다는 흐느끼는 쪽을 더 선호하는 거다.
조금 애매한 지점이 바로 신효범이다. 난 신효범 좋아한다. 시원시원하지 않은가? '설마 저기까지 올라가겠어?'라고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올라간다 그것도 겉으로 보기엔 아주 쉽게. 속이 뻥 뚫리는 느낌 준다. 그런데 문제는 내 기준에선 그 뿐이라는 거다. 마치 목캔디 하나를 잘 먹어서 목도 뻥, 코도 뻥 뚫어 놓았는데 누군가가 '뻥 뚫리고 좋지?'라며 하나 더 먹으라고 주는 것과 같다. 알다시피 그걸 하나 더 먹는다고 더 좋아지진 않는다. 그러니까 이 역시도 정도껏이라는 거다. 그런데 우스운 건 또 그렇다고 해서 마냥 무언가 막힌 것처럼 들리는 이현우나 그보단 조금 덜 하지만 자우림같은 경우도 그렇게 딱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보면 JK김동욱이 내 취향인 셈이다.
김연우같은 경우는 어떨까? 김연우는 정확하다. 다른 가수들이 얼버무리는 지점조차도 가차없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간다. 이건 분명히 가수로서 아주 좋은 점이다. 마치 속사포 랩으로 유명한 아웃사이더와 같다. 빠르지만 정확하다. 대충 발음하고 넘어가는 경우 없다. 귀를 똑때기 세우고 잘 들으면 정말 정확하게 발음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양동근이다. 느리다. 그리고 웅얼거린다. 결국 뭐라는지 잘 안들린다. 그런데 특유의 리듬감이 있어서 잘 안 들린다고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리고 그 중간쯤에 있는 이가 바로 개리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불안함을 주지만 결코 주저앉진 않는다. 그러면서 독특한 리듬감이 나온다. 난 딱 개리 수준의 랩이 좋다.
그렇다면 박정현은 어떨까?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음색의 기준에 많이 부합하는 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내게 죽을 때까지 단 한가지 장르의 노래만 들을 수 있는데 그 선택마저도 블루스와 소울, 둘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난 블루스를 고를 거다. 사실 내 귀엔 그게 그거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소울 쪽이 지나치게 기교를 부린다는 점이다. 물론 가수들의 입장에선 그게 기교라기 보다는 당연한 창법일 수 있지만 내겐 기교다.
사실 이 모든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가수란 매우 찾기 어렵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게 가수들의 책임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책임인 것도 아니다. 그저 단순한 취향의 문제고 내가 취향에 대해서 그렇게 비타협적인 사람도 아니다. 싫은 음색이라고 해서 그 가수의 너무나 좋은 노래를 안 듣는 것도 아니니까. 난 윤민수가 부른 술노래, 그러니까 지금은 죄박이의 총애를 받으신 교회 목사님께옵서 청소년등급위원회의 대장자리에 앉아서 군바리 독재자 박정희 수준의 윤리관을 불경되게도 마치 성경의 가르침인 양 떠들며 청소년 금지곡으로 만들어 버린 바 있는 바로 그 술노래 무척 좋아한다.
어쨌거나 지금까지 내가 말한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색의 기준에 가장 근접한 가수는 거미다.
그리고 최근 내가 나가수에 대해서 편파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