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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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늦게 각종 예능과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보는 와중에 잠깐 토론프로그램을 스쳐 지나가듯 봤다. 선거철이라고 공약을 다루는 듯 하더라. 내가 잠깐 본 대목은 복지를 다루는 부분이었는데 어떤 생각없는 양반께옵서 또 '자유시장경제'라는 표현을 사용하시다라.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사람들에게 누누이 강조하는 말이지만 시장경제가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 실패의 경우엔 국가가 나서서 어떤 식으로든 보증을 해주기 때문이다. 왜 사기업에 불과한 저축은행이 망할 때 예금주 1인당 무려 5천만원씩이나 국가에서 보증해주는가? 자유 시장경제라면 저욱은행 역시 그냥 사기업일 뿐이고 실적 안 좋으면 망하면 그만인 거다. 그런데 왜 그걸 놔두지 않는가?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이들의 근거없는 신앙과는 달리 경제에서 국가가 담당하는 역할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역할인가 하면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한다는 수많은 이들이 낙원으로 꼽는 미국조차도 최근의 금융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가에서 공적 자금을 풀어 금융사들의 부도를 막아냈다. 미국에서 금융 사기업 임원들의 거액 보너스 잔치가 사람들의 냉랭한 시선을 받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자유시장경제라면 아무 문제도 안 된다. 금융 사기업 임원들이 보너스를 얼마 가져가든 그건 그 사기업에서 알아서 할 문제다. 그런데 이젠 상황이 달라진 거다. 그들은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기들 마음대로 할 권리가 사라진 거다. 반월가 시위의 한 축 역시 바로 이런 배경탓이다.
그리고 이건 주제와는 상관없는 사담이긴 한데 남한의 경제 역사에서 자유시장경제를 가장 잘 구현한 사람을 꼽으라면 그건 바로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나머지들은? 낭만적으로 봐주면 케인주주의자들이고 현실적으로 보자면 국가독점 자본주의자들이다. 그리고 좀 더 엄밀하게 말하라면 국가독점 자본주의를 실행하는데 있어서 정경유착이란 가장 안 좋은 방법을 사용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남한에서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김대중이나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면 안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