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국민 46% 원자력 필요하나 내 집앞은 반대"

The Skeptic 2012. 3. 26. 16:36

"국민 46% 원자력 필요하나 내 집앞은 반대"

 

남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인식구조중의 하나가 바로 '반댓말 놀이'다. 예를 들면 검정색의 반대는 백색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검정색과 백색은 그런 관계가 아니다. 그냥 검정색이고 백색일 뿐이다. 문제는 이런 착각이 인식구조 전반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제대론 된 보수>와 '진보'는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이번에 거론할 것은 바로 '자기 책임 원칙'이다. 즉 <제대로 된 보수>나 '진보'는 늘상 책임을 강조한다. 자기가 해야할 일과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선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지라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현실은 별로 그렇게 돌아가지 못 한다. 그렇게 된 주요한 이유들이 있는데 하나는 바로 '승자독식'과 '재기 불능'이란 사회적구조 탓이다. 실패가 곧 재기불능으로 이어지는 사회구조는 사람들로 하여금 책임을 회피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우습게도 대의 민주주의 제도 역시 이런 경향에 한 몫을 한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우리의 권력을 대신할 대리자를 뽑지만 정자 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인식하는 대신 그 대리인들의 책임으로 돌리고 만다. 어쩔 수 없는 현실때문에 대의민주주의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물은 우습게도 국민들 스스로가 자신이 권력의 담지자라는 인식을 못 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늘상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 대의 민주주의가 가진 이런 함정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튼 이 글에서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보수>나 '진보'는 늘상 '자기 책임의 원칙'을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들어왔던 바로 그 말과 다를 바가 없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남도 싫어하는 일이다."

 

'원자력은 찬성하지만 내 집앞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내 집앞엔 안 되니 다른 곳에도 원자력은 안 된다'라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다. '원자력 없이 어떻게 살라는 거냐!'는 따위의 초딩스러운 주장은 하지 마라. 당신들이 그런 말을 하기 이전에 원자력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는 거 아니까 말이다. 그런 고민도 안 하고 초딩스러운 떼나 쓸 것 같으면 그냥 입닥치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그게 초딩스러운 자세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