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좌파 정서, 방향모를 분노

The Skeptic 2012. 4. 4. 00:49

좌파 정서, 방향모를 분노

 

또르륵님 토씨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려다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써보는 글. 

 

'좌파 정서'와 '방향모를 분노'때문에 사회가 병들었다는 주장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도 그런 것을 함께 느끼는 사람이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심심한 언론들이 각종 여론조사를 내보내준다. 우스운 건 농촌 지역에서 새대가리당이 강세를 보인다는 소식이다. 일단 다까끼 마사오(일명 박정희)가 공업화를 중심으로 한 개발독재를 시작하면서부터 남한의 농업과 농촌은 그 공업화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급격한 산업 발달로 도시민들의 주머니에 돈이 가득 차도 물가안정이란 이유로 농산물에 대해선 가격억제가 이루어졌다.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의 식수원이란 이유로 각종 개발이 제한되었고 도시민들의 생활 쓰레기는 농촌으로 보내졌다. 도시민들의 화려한 밤을 위한 전력 송신탑이 시골 마을을 통과했고 여전히 그 송신탑의 유해성은 논란이 되고 있다. 원전과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쓰레기 역시 농촌에서 떠안았다. 아니 이젠 그 수준을 넘어서 막대한 보상금을 내걸고 원전과 방사성 쓰레기 폐기장을 지을 지역을 모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군사독재 시절엔 강제로 그 시절이 지나자 돈을 내걸고 농촌을 핍박한 것이다. 

 

최근엔 한미 FTA를 통해 농촌에 또 한 번의 타격이 가해졌다. 무관세를 통해 가격이 내려갈 것이란 주장은 현재 농산물에만 적용되고 있으니까. 결국 농촌에선 새대가리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득은 커녕 오히려 해가 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농촌지역에선 새대가리당을 지지한다. 농민들은 분노하지만 그 방향은 아주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는 거다. 

 

이건 단순한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이와 비슷한 '방향감각 상실'은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방향모를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난 이 드러난 사실만을 지적하는 멍청한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어떤 현상이 드러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리고 그건 그 자체론 아무 의미도 없다. 중요한 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남한 사회의 이념적 지형이 너무나 협소하기 때문이다. 총선을 예로 들자면 현재 남한 사회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을 갖고 있는 정당은 통합진보당과 녹색당이다. 그런데 이들의 지지율은 다 합쳐봐야 5%를 넘지 못 한다. 왜 그럴까? 통합진보당과 녹색당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사람들이 모르기 때문이다. 왜 모를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왜 관심이 없을까? 그들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진보 좌익 빨갱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 '진보 좌익 빨갱이'란 고정 관념은 아무 내용도 없다. 왜?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진보가 뭔지 좌익이 뭔지 빨갱이가 뭔지조차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이승만 시절부터 이어져온 '근거없는 증오'를 사실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모를 분노'가 아니라 왜 그런 현상이 벌어졌는가이고 그 이유를 듣고 나면 이념적 지형을 협소하게 만드는데 일조한 이들이 그런 식으로 현 남한 사회를 비판해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왜? 실제로 그들이 '잘못된 좌파정서'와 '방향모를 분노'란 현상, 근거도 없이 '좌파'를 마녀사냥하는 증오를 만들어낸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