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나꼼수 논란

The Skeptic 2012. 4. 7. 00:49

나꼼수 논란

 

나꼼수 출신 김용민 후보의 발언이 또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나꼼수의 정치적 포지셔닝에 대한 이야기다. 애시당초 나꼼수는 출발 자체가 B급을 지향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지칭하면 그가 하는 발언의 수위같은 건 그다지 큰 문제가 안 된다. 약간은 비겁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잘만 이용하면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이런 방식은 특별히 어떤 사람들의 전유물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늘상 '진심'이란 허구의 가치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경향을 보이는 탓에 현실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일 뿐이다. 이런 류의 위악 혹은 위선은 부지불식중에 누구나 일상적으로 행하며 살아가는 행위다. 

 

나꼼수는 그걸 대놓고 지향했을 뿐이다. 문제는 그들이 그 포지션에서 벗어나 그와 전혀 다른 포지션에 서기로 한 순간에 발생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꼼수 식의 위선 혹은 위악적인 행위는 누구나 하는 일상적인 행위다. 그러나 그걸 대중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노출하던 사람이 그와는 전혀 다른 포지션에 들어가고자 하는 순간 분명한 거리감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즉 김용민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그냥 총선을 맞이한 B급 나꼼수로서 행동하고 발언했다면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테지만 문제는 김용민이 스스로 국회의원이 되기로 함으로서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당연히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 민주통합당이나 나꼼수, 김용민조차도 인지하지 못 했다는 사실이다. 내가 가장 의아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김용민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지명하는 순간 이런 문제는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문제다. 난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대비책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터지자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연대의 반응은 그저 '충격과 공포' 딱 그 자체다. 난 김용민 사건이 터진 것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사건이 터진 이후에 야권이 보여준 산만함이 더 이상하다.  

 

요즘 자주 사용하는 말을 다시 사용하자면 이 역시도 진영논리라고 볼 수 있다. 일단 같은 편이라고 분류가 된 이후엔 어지간한 수준의 문제는 문제로 보지 않는 다는 것 역시 진영논리의 함정이기 때문이다. 진중권이 나꼼수의 수준을 거명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타당한 지적이었다. 위악과 위선은 악이나 선이 아니다. 단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악이나 선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일 뿐이다. 즉 경계선을 잘 지키는 것이 최대의 미덕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나꼼수는 그 경계를 지나치게 넘나들었다. 

 

물론 위악이나 위선은 그것이 '가장한다'는 의미에서 보자면 경계를 넘어선다고 해서 실제로 악이나 선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대중들에겐 진정한 악이나 선으로 비춰질 가능성은 다분하다. 스스로 B급을 표방하는 경우엔 그마저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나꼼수에게서 정치적 욕구를 배설하는 쾌감을 원하는 것이지 나꼼수가 실제 정치가 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니까. 

 

이 논란에서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연대나 심지어 스스로를 B급이라 칭한 나꼼수나 할 것없이 문화적인 시각을 통해 정치를 바라보는 식견이 참 박약하다는 거다. 대중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말은 곧 남한은 정치가 대중들의 시각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엔 아직도 많이 함량미달이란 의미다. 불행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