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이 말은 주로 정신력을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 대부분의 경우 이 해석이 적용되는 편이다. 그런데 다른 의미도 있다. 몇 번인가 말했지만 야구는 실제 뛰는 것보다 정지한 순간이 더 많은 스포츠다. 그리고 그 정지된 순간에 수싸움이 벌어지는 경기기도 하다. 만약 이 정지된 순간을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면 분명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그리고 이 정지된 순간에 가장 최선에 가까운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역시 이길 확률은 높아진다. 야구를 멘탈 스포츠라고 명명할 땐 이런 부분도 포함된다.
오늘 벌어진 타이거즈 대 와이번스의 경기가 바로 그랬다. 경기 결과는 6 : 6 무승부로 끝났다. 백미는 바로 12회말 타이거즈의 공격이었다. 6 : 4로 패색이 짙던 타이거즈는 1사 이후 연이은 안타로 1점을 만회하고 와이번스 불펜진의 난조를 틈타 1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투수 이영욱은 베이스 온 볼스를 내주고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여전히 긴장한 이영욱은 다음 타자를 상대한 상황에서도 3볼 1스트라이크의 상황까지 몰린다. 어이없는 사건은 바로 다음 투구 상황에서 벌어졌다. 차일목은 투수가 던진 공에 배트를 휘두르고 그 공은 유격수에게 흘러갔고 병살 플레이로 이어지며 이닝 종료와 함께 승부는 무승부로 결정되고 말았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엔 그래선 안 되었다. 게다가 이미 똑같은 상황이 앞 타석에서도 벌어졌었다. 만루 상황과 아웃 카운트 두개가 여유있는 상황. 게다가 마운드의 상대 팀 투수는 현저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것을 간파한 대타 김상훈은 나쁜 공은 골라내고 좋은 공은 커트해내며 투수를 압박한 결과 베이스 온 볼스를 얻어냈고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차일목은 김상훈보다도 훨씬 더 좋은 상황에서 타석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타격으로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무승부로 만들고 만 것이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런 플레이도 사실상 본헤드 플레이라고 본다. 투수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제 아무리 치기 좋은 공이라고 해도 무조건 기다리는 것이 좋다. 어차피 공 하나는 더 기다려도 되는 상황이었다. 아니 가장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가만히 서서 삼진 아웃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눈 딱 감고 공 두개를 그냥 보기만 해도 된다. 그렇게 삼진 아웃이 되어도 아직 타이거즈에겐 한 타자가 더 들어설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타자는 기다려도 되고 투수는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넣어야만 하는 상황, 당연히 쫓기는 것은 투수다. 과연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을까?
단지 이기는 경기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그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를 댔을 것이다. 연장 12회말이고 딱 1점만 더 내면 이긴다. 게다가 아웃 카운트는 아직도 두 개나 남아 있다. 설령 스퀴즈가 실패해도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 그런데 차일목은 타격을 했다. 즉 벤치에서 별다른 작전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선수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야구는 확률과 평균이 지배하는 게임이라고 한다. 그래서 각종 수치들이 참 많다. 그 확률에 의하면 타자는 10타석에서 안타 3개만 치면 훌륭한 타자다. 그만큼 안타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리고 차일목의 타율은 채 2할도 되지 않는다.
야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멘탈 스포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