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핀트를 못 맞추면 곤란하지.

The Skeptic 2012. 5. 25. 01:35

핀트를 못 맞추면 곤란하지.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인 교수가 김연아를 디스했다고 해서 뉴스를 찾아 봤다. 시기나 상황별로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비슷한 레벨에 김연아도 있다. 그렇다고 건드리면 불법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다. 제 아무리 좋은 이슈로 건드려도 그 존재 자체가 집단적으로 신성시되는 경우엔 이슈 자체가 존재에 묻혀 버린다. 이런 경우엔 이슈가 제 아무리 합리적이고 타당하더라도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기 힘들다. 물론 맹목적인 숭앙이란 점에서 보자면 좋은 현상은 아니다.  

 

그래서 찾아봤다. 왜 그 양반이 건드리기 힘들다는 김연아를 디스했는지 말이다. 읽고 나니 참 난감하다. 그러니까 이 양반이 하고 싶었던 주제와 이야기는 이런 거다. 대담 주제가 "스포츠 스타에 대한 애정과 특혜 사이"다. 벌써 무슨 말 하려는지 윤곽이 나오는 제목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양반이 하고 싶었던 말은 "대학이 교육기관이기를 포기하고 직업 전문학교가 돼서 일반 기업처럼 교육 장사를 하고 있다. 스타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유명 인사 끌어와서 학교 선전에 써먹는 것이 무슨 대학이냐?" 틀린 말도 아닐 뿐더러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교육의 사유화를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참 난감하게도 핀트를 잘못 잡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업화된 대학'이고 김연아는 부차적이고 그저 단순한 용례정도로 인용할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이 양반 처음부터 김연아에 대한 공격으로 말을 시작해서 끝도 그렇게 맺는다. 구조적인 문제를 거론할때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이 구조적 모순때문에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 개인에게 지나친 비난을 퍼부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모르고 저지르는 잘못을 가혹하게 다룰 필요는 없으니까. 이 양반 그걸 지키지 않았다.

 

그게 아니라면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것일수도 있고. 그게 목적이라면 효과적인 선택이긴 하다. 어쨌거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일반적인 경우 그렇게 말하는 것은 반감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최근에 또 하나 벌어지고 있다. 통합진보당 문제다. 핵심은 당권파가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슈가 주체사상과 종북주의는 절대악이라는 것으로 넘어갔다. 그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은 보수가 아니라 진보다. 예를 들면 100분 토론의 돌직구녀와 진중권이다. 그들의 행동은 그 자체론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런데 주체사상과 종북주의는 절대악이란 프레임은 이미 새누리당을 비롯한 남한의 보수세력과 메이저 신문사들이 오랫동안 고착화해온 정치적 마타도어다. 그들의 발언이 형식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을지 모르지만 이미 프레임을 선점당한 상황에선 반공이란 정치적 마타도어를 강화하는 형태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그들더러 그것까지 책임지라고 할 순 없다. 그런 책임까지 지라는 건 사실상 입 다물고 살라는 의미니까. 아쉬운 건 역시 보수와 메이저 언론사들의 힘이 너무나 막강하다는 것일 게다. (그런데 선거까지 졌다는 거지)

 

아무튼 중요한 건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문제 역시 핀트가 어긋나고 있다는 거다. 뭐 이렇게 말해봐야 씨알도 안 먹힐 건 뻔한 일이고 요즘같은 분위기면 주체사상파 옹호하는 종북주의 빨갱이란 소리듣기 딱 좋다. 예전같으면 그런 소리를 들어도 나름 진보라는 이들이 나서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주체사상조차도 금지의 영역이 아니라 토론의 영역이라고 말해줄 테지만 요즘같으면 그런 걸 기대하는 건 사치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보면 그들 대부분도 주체사상과 종북주의를 맹렬히 비난하거나 아니면 눈치보거나 둘중 하나다. 역사적인 사례가 있지 않나. 미국에서 매카시즘의 광풍이 불어닥칠때 살아남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침묵이었다. 야구 이야기나 하고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이야기나 늘어 놓으며 마녀사냥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듯 싶다. 

 

 

p.s.

이래서 남한에서 진보 편을 들면 안 된다는 거다. 살기 힘들다. 

 

p.s.2.

시절이 하수상하니 반공이 사상이라고 떠드는 사람까지 구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