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제창
애국가 제창
난 애국가 별로다. 특히 스포츠 경기 앞두고 국가불러제끼는 거 정말 싫다. 사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각종 의례와 관련된 요식 행위자체가 별로다. 진보가 주최하든 보수가 주최하든 국가가 주최하든 개인이 주최하든 상관없이 요식행위 자체가 싫다. 당연히 그 요식행위를 위해 동원되는 각종 수단과 방법들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거다. 난 가끔 애국가나 코리아 환상곡을 감상한다. 다른 나라 국가들도 찾아 듣는다. 게다가 민중가요도 듣는다. 그런데 그런 음악들이 각종 의례에서 연주되고 다 함께 제창해야 한다든지 하는 건 끔찍하게 싫다.
요식행위라는 게 가지는 의미는 '여기에 함께 참석한 우리는 모두 한 마음 한 뜻인 사람들이다'라는 것을 자기들끼리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상징적 행위다. 그런 걸 반대한다는 건 아니다. 단지 난 그런 게 싫을 뿐이다. 어쩌면 종교를 싫어하는 가장 주된 요인 역시 그 때문일 것이다. 남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타인과 내가 하나라는 생각을 갖게 됨으로서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고 하는데 미안하게도 난 그 반대다. 그게 착각이란 것도 알 뿐더러 그걸 알면서 모르는 척 넘어 가주기엔 아직 그런 식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는 것이 간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진보당에서 애국가를 제창하기로 했단다. 애시당초 요식행위 자체가 싫은 사람이라 거기서 무슨 짓을 하든 관심을 갖을 이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이건 내가 요식행위를 끔찍히 싫어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간다. 국가는 국가가 공식적으로 주최하는 행사의 요식행위에서 빠져선 안 되는 도구다. 같은 노래를 합창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우리는 하나다'라는 심리적 착각은 다른 무엇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왜 국가나 국가조직이 아닌 곳에서 주최하는 행사에서도 굳이 국가를 제창해야만 하는가? 그것이 오히려 지나친 획일주의고 다양한 상상력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동하는 것 아닌가? 상황이 안 좋고 국민적 정서가 아직은 그런 인식에 도달하지 못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 하는 바는 아니나 나름 진보를 표방하는 곳에서조차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것에 대해선 솔직히 조금 유감이다.
뭐 그렇다고 상황을 이해못하겠다는 건 아니다. 애시당초 그런 요식행위 자체가 싫은 사람이기 때문에 뭘 부르든 뭔 짓을 하든 상관은 없다. 단지 그런 발표를 한 곳이 나름 진보정당이란 점이 아쉬운 거다.
p.s.
가능하다면 난 애국가보다는 차라리 아리랑을 국가로 채택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음악적으로도 훨씬 낫고 역사적으로도 훨씬 더 유래가 깊으며 정서적으로도 더 잘 공감된다. 원래 국가라는 것이 그런 것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