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인간은 애시당초 불완전한 존재다.

The Skeptic 2012. 6. 21. 03:31

인간은 애시당초 불완전한 존재다.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사실에 대해서 왜 불안해 해야 하나?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누구나 그런데 말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이야기고 대다수의 인간들은 바로 그 불완전함때문에 각종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그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태어나고 늙고 아프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삶의 고단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세상을 만들면 된다. 늙어서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면 국가나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병이 들면 돈걱정할 것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그런 세상을 싫어한다. 그런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지지하기는 커녕 못 잡아 먹어서 안달들을 한다. 그럴 거면 삶이 고단하고 힘들다고 말을 하지 말던가 말이다. 

 

다른 하나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그것을 믿는 거다. 인간에겐 상상력이란 것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가상의 세계는 자신의 욕구와 욕망이 완벽하게 투사된 세상이기 때문에 완벽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물론 결코 완벽할 순 없다. 인간의 상상력 또한 인간이란 한계를 뛰어넘지 못 하기 때문이다. 즉 완벽한 것이 아니라 완벽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세상은 현실에서 절대 구현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의 욕망이나 욕구는 다 저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완벽한 세상과 당신이 느끼는 완벽한 세상이란 것이 같은 세상일까?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그 다음 절차는 사뭇 다르다. 개신교는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완벽한 존재인 신에게 기댐으로서 그런 불완전에서 그나마 빠져 나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나면서부터 인간은 죄인이라고 협박까지 늘어 놓는다. 반면 불교는 신같은 것에 기대는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빠져 나오라고 말한다. 이 차이는 사실 매우 크다. 개신교의 근본적인 문제 역시 여기서 출발하는 거다. 

 

물론 불교라고 해서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세속과 현실앞에서 타협한 불교는 사실 개신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작 인도의 왕자 출신에 불과한, 그러니까 제 아무리 잘 나봐야 인간인 부처를 신격화하는 불교는 이미 불교라는 종교가 가지는 핵심을 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 왜 종교가 현실에서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을 주기는 커녕 불안과 불신만 팽배하게 만드는 지가 드러난다. 문제는 종교 자체가 아니라 인간인 거다. 종교가 제 아무리 스스로 노력해서 그 불안함에서 빠져 나오라고 말해봐야 인간은 그저 완벽한 존재에 기대어 심리적 안정을 얻으려고 들기 때문이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런 기대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인간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왜? 그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한데 그 변화란 것을 주도하거나 혹은 변화된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인간은 좋은 세상을 만들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종교의 효용성을 인정하지만 지금 현재 대다수의 인간에게 있어서 종교란 마약, 그것도 최악에 속하는 마약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내가 버리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