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폐지하면 안 되나?
민주당의 교육개혁안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다. 그만한 관심을 끌만한 내용들이 담겨있다는 말인데 사실 이번 안은 이미 통합진보당에서 주장했던 국공립대학 강화방안이다. 그것을 민주통합당에서 다시 패택한 것 뿐이다. 그러니까 그 내용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국립대와 공립대학 교육을 강화하자는 안이고 세부적으로 서울대의 학부과정을 폐지하고 대학원 중심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지방 국공립대들과의 연계를 강화하자는 안이다. 이를 테면 프랑스처럼 제1대학, 제 2대학이란 구분을 두되 각 대학을 종합대학처럼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과 대학처럼 운영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후자 쪽을 지지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 이슈가 엉뚱한 방향의 논쟁을 낳고 있단다. 국공립대 강화 방안이 '서울대 폐지'라는 논쟁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 논쟁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출하는 이들의 경우는 대개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서울대 폐지가 신분상승의 기회를 줄어들게 만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대를 폐지하면 다른 사립대들이 다시 서열화할 것인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중 첫번째 의견은 통합진보당이 제안했고 이번에 민주당이 다시 채택한 국공립대 강화방안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제안의 핵심은 국립대를 강화하여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공공성이란 항목엔 타인에 대한 배타적 권리획득를 통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교육으로부터 소외되는 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더 강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좀 더 강하게 비판하자면 단지 어느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 우월적 지위를 갖게 되는 현상이 올바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번째 지적 역시 핀트를 벗어난 것이기는 마찬가지다. 사립대학들이 스스로의 장점을 살리고 그것을 홍보하여 학생들을 많이 모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적어도 남한이 자본주의 국가인 한에선 그것은 당연한 일이고 서열화 역시 당연한 현상이다. 그건 비판해봐야 아무 의미없는 짓이다. 단지 중요한 것은 그런 서열화의 정점에 서울대, 그러니까 국가가 소유한 대학이 있다는 점이다. 이건 우스운 일이다. 국가와 기업은 다르다. 그리고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더라도 서로 다른 차원의 일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정작 교육체계안에서 국가가 소유한 대학이 사립대들이나 할 법한 교육서열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립대들은 모두 다 그런 일을 해도 국립대인 서울대는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 이게 핵심인 거다. 사립대들은 자기들끼리 서열화를 하건말건 그냥 내버려두면 된다. (주1)
그리고 그와 관련된 중요한 기사 하나.
"서울대 폐지에 갇힌 논쟁. 국공립대 통합, 개혁이 핵심"
주1)
서울대법인화에 대해서 내가 반대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대는 국립대다. 그동안 국가의 지원을 받아 성장해왔다. 그런데 이제 독립하겠다고 한다. 주된 이유는 교육의 자율성이다. 그런데 이건 아주 우스운 논리다. 국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교육의 자율성이 담보될까? 아니 그렇지 않다. 중앙일보가 삼성그룹과 막역한 관계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연히 중앙일보에선 삼성 관련 추문들을 다루지 않는다. 독립성이 생명이라는 언론조차도 소유관계에 따라 이처럼 굴종적인 관계가 성립된다. 그런데 고작 대학따위가 그런 질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은가? 아니 오히려 형식적인 차원의 민주주의가 정착된 상황에선 국가의 그늘아래 있는 것이 더 낫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드는 정권이라고 한들 5년마다 바뀔 기회는 있지 않은가?
사실 이런 시각은 교육만이 아니다. 이상하게도 남한 사람들은 국가의 그늘아래 있는 것을 대단히 비굴한 일인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봐라. 남한의 재벌들은 사실상 북한과 다를 바 없는 족벌 세습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5년마다 선거를 통해 바뀐다. 누구의 밑에 있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울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