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민생과 5.16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The Skeptic 2012. 7. 19. 00:45

"민생은 놔두고 5.16 이야기만 한다"


살다보면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 나무라는 상황을 자주 보게 된다. 자주 보는 일이라 큰 문제는 아닌데 정작 그런 일이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에게서 보이면 참 난감하다. 


최근에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학을 공부한 경제학자들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단지 이들이 다른 자본주의 경제학자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정치와 경제를 분리시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즉 경제는 살아 숨쉬는 생물과 같은 것이나 외부의 개입없이도 자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중 신자유주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을 제외하면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은 없다. 게다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주장 자체가 이미 정치와 경제는 뗄래야 뗄 수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들의 이런 노력은 다소 성과가 있었다. 자본주의 경제학이 태동하던 초창기만 해도 경제학은 독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정치경제학'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독립적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은 단순히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자본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배격의 대상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1930년대 대공황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걸어간 길은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유효수효를 창출하고 그로 인한 경제 성장이란 길이었다. 케인즈주의자로 불리는 이들이 득세한 시절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다. 국가의 개입으로 경제안정과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경제학들 사이에서조차도 대공황이나 경제위기같은 일은 충분히 조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고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퍼진 것이다. 물론 그것은 근거없는 지나친 낙관에 불과했다. 


신자유주의는 바로 이런 근거없는 낙관이 지배하던 틈을 타고 득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진실은 그와 정반대다. 대공황이나 경제위기가 조절가능한 것이라 생각했던 것은 시장이 아닌 국가가 해결사로 나섰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사례를 보더라도 시장이 그런 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오직 국가의 개입만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 뿐이다. IMF사태역시 마찬가지다. 멍청하고 부지런하며 공명심까지 가득찬 김영삼이 저지른 사고들, 섣부른 OECD가입과 그로 인한 와환자유화 조치로 인한 금응 시장의 교란과 붕괴가 바로 IMF사태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IMF사태를 해결한 주체는 시장이나 기업이 아니라 다름아닌 국가였다. 비록 그 방법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말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시장은 국가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거짓주장이 아니라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출해내어 황금기로 이끈 것이 국가라는 점이다. 즉 시장은 국가라는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으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정치와 경제는 뗄래야 뗄 수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이다. 


때문에 어떤 정치인이 어떤 국가관과 역사관을 갖고 있는가는 한 나라의 경제 향방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중의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생과 5.16을 별개의 사안인 양 떠드는 건 파편적인 지식을 전문적인 지식인 양 착각하는 바보들의 주장일 뿐이다. 군사 쿠데타를 '최선의 선택'이라고 판단하는 역사관과 국가관을 가진 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런 정치 철학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까끼 마사오가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그 시절 벌어진 경제 정책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난 그 시절로 다시 회귀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미 지난 5년동안 그런 역사적 퇴행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오는지 잘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걸 다시 경험하자고? 일본 경제를 빈사상태로 몰아간 '잃어버린 10년'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 그러나 기억할 것이 한 가지 있다면 일본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그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는 점이다. 


기대해도 좋다. 지금 우리는 일본이 간 바로 그 길과 거의 유사한 길로 접어든 시점이다. 올 해 치뤄질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한 번의 선거에서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물론 난 별로 기대같은 거 안 한다. 비록 직접 경헙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한 번 벌어졌었던 일인데 뭐가 새롭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