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진실이 승리하고 진보가 승리했다? 차라리 머리에 꽃을 꽂지.

The Skeptic 2012. 7. 28. 11:33

제명안이 부결된 이후 이석기가 한 말이다. 대체로 과정이나 절차상의 문제를 도외시한 채 오로지 결과에만 집착하는 반편들이 이런 수사학 놀이를 즐긴다. 이석기와 당권파는 나라 경제가 함정으로 빠져들고 있는데도 경상수지가 흑자라며 걱정없다고 헛소리를 했던 반편 박재완 기재부 장관과 같은 레벨을 자처한 셈이다. 이미 천 여명정도 탈당했다고 하는데 어찌 보면 탈당한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 


진실? 사실관계인데 누차 강조한 것처럼 어차피 정확한 사실은 드러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보면 최소한 부실 선거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단순한 행정적인 차원의 일조차 제대로 하지 못 해서 이런 부실 선거가 치루어졌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대의명분이나 이념을 앞세우기는 쉽다. 심지어 참 웃기는 경우지만 그 대의명분이나 이념의 인과관계따위 무시해도 정치적 영향력을 갖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일을 제대로 하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한 번 정도 제대로 된 선례를 갖추기만 해도 어렵진 않다. 그런데 그 오랜 기간동안 그런 시도자체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인 셈이다. 기본적인 일인데 말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실이다. 그런데 이석기는 그런 이유로 불거진 사건의 결과에 대해 '진실과 진보의 승리'라고 한다. 아니 이건 진실이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이젠 단순 권력 지향형 집단의 맹목적인 머릿수 싸움의 결과일 뿐이다. 언제부터 다수결이 진실이고 진보의 가치가 되었던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것들. 


적어도 이석기가 제 정신이라면 이런 소리하면 안 된다. '결과는 이렇게 나왔지만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심히 부끄럽게 생각한다. 기회를 주신만큼 강기갑 대표 체제하에서 혁신 작업에 적극 동참하겠다' 아주 전형적인 정치인의 입장 표명이자 혁신을 주장하는 당원들도 같은 진보당 당원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이런 수준의 발언은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이석기는 이걸 그저 힘대결 수준으로만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말하는 바다. 천여명의 탈당? 숫자가 너무 적다. 


'나는 이석기 의원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이 아니라 강기갑 체제에 봉사하도록 노역형을 명한 것' 무효표를 던진 김제남 의원의 발언이다. 그럴싸해 보이지만 참 서글픈 이야기다. 부실 선거가 치루어지고도 그에 대한 응분의 댓가를 치루는 이들조차 없다. 이건 남조선 정치 역사를 통틀어 봐도 최근 죄박이 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몰상식한 행위다. 그걸 '노역형'이란 단어로 미화하려고 드나. 심지어 해당 인사들이 자신의 잘못조차 인정하지 못 하겠다는 상황인데 말이다. 진보를 표방한 정당에서 배출한 국회의원의 발언이라 하기엔 솔직히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 


이런 글에 대해 너무 박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새누리당 애들은 그보다 더한 일도 하는데 왜 통합진보당에게만 그렇게 가혹하냐는 거다. 맞다. 그렇다는 것 인정한다. 그런데 내 기준에선 새누리당 애들은 이미 수준 자체를 논할 가치조차 없는 집단이다. 수준을 논할 가치조차 없는 애들과 통합진보당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남한 진보운동에 대한 모독이다. 


'연봉 9천받는 노조가 파업을 하나?'라는 돈이면 뭐든 된다는 몰상식하고 수준이하의 생각을 하는 인간을 대통령으로 모시고 사는 새누리당 애들에게 대관절 무슨 넘의 수준같은 걸 바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