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가슴으로 듣는 것?
탑밴드 심사위원 중 요즘 최고의 화젯거리는 바로 김세황이다. 얼마전 8강전에서 악퉁에게 40점이란 전무후무한 점수를 선사함으로서 논란이 거세어졌다. 그런데 이 논란을 접하면서 지금은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는 '쏠트' 안젤리나 졸리(...) 아니 송홍섭이 떠올랐다. 탑밴드 시즌 1 당시 송홍섭은 다른 심사위원들과는 달리 매우 무자비한 평가와 낮은 점수로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고 한 편으론 지탄을 받았었다. 물론 그 당시에도 난 송홍섭을 비난하기보다는 지지하는 쪽이었다. 난 적어도 자신이 왜 그렇게 판단하게 되었는가를 명확하게 밝힌다면 어떤 점수를 주어도 무방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심사위원들이란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존재들이기도 하고.
난 김세황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는 분명히 악퉁의 무대가 왜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는가를 명확하게 밝혔고 그 기준에 따라 점수를 주었다. 점수 자체가 너무 낮은 것은 놀라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된다. 하나는 주로 언론 쪽에서 펴는 논리로 김세황의 점수에 따라 4강에 올라가는 팀이 갈렸다는 점이다.
물론 심사위원들의 평가와 문자투표를 합하여 이긴 팀이 선정된다는 룰이 존재하기에 오로지 김세황의 힘만으로 승패가 좌우된다는 논리에 분명한 헛점이 있다. 언론 역시 바보가 아닌지라 그런 점을 놓치진 않았다. 그래서 내놓은 논리가 바로 심사위원인 김세황의 평가가 문자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 논리 역시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만약 김세황의 그런 평가태도가 그토록 지탄의 대상이 된다면 김세황에 동조하는 표보다는 반발하는 표가 더 많이 나와야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 김세황의 평가 기준은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승패의 결과는 김세황의 뜻에 따른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이건 지나친 억측이다. 아무리 기삿거리가 없다곤 해도 이런 식의 억측성 기사는 곤란하다.
두번째 논리는 '노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듣는 것'이란 지적이다. 주로 네티즌들에 의해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런 이야기를 접했을 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만 나왔다. 인간은 감성이란 걸 가진 존재다. 인간들중 그 누구도 감정이나 감성이 없는 존재는 없다. 그 감정과 감성을 느끼는 방식이나 표출하는 방식이 다른 이들과 너무나 달라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있지만 감정이나 감성의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수 있는 경우는 없다. 즉 노래를 머리로만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왜 이들은 마치 자기들은 노래를 가슴으로 듣는 제대로 된 방식을 갖고 있고 김세황은 머리로만 듣는 그릇된 방식을 갖고 있다는 헛소리를 나불거리는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가슴으로'만' 노래를 듣지만 김세황은 머리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차이일까? 노래는 가슴으로 듣는 것이란 주장을 무슨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이들은 자신이 어떤 문화적 경험을 통해 느끼게 된 감정이 어떤 것인지 혹은 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그들과는 달리 자신이 느낀 감정이나 감성이 어떤 것인지 혹은 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 그런 능력이 결핍된 이들은 그런 능력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문제는 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 혹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불온시하는 태도다. 그 옛날 서양에서 그런 이유로 수많은 무고한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서 목매달려 죽고 불에 타죽었다.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못 하다는 것을 탓하자는 건 아니다. 어느 광고처럼 사람이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하는 존재가 아닌 이상 이런 차이는 당연한 것이다. 단지 이 당연한 차이를 무슨 대단한 차이나 엄청난 차이인 양 여기지 말라는 거다. 어쩌다 보니 어떤 사람이 어떤 분야에서 나보다 탁월할 능력을 갖게 되었을 수 있다. 그게 내 삶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크게 신경쓸 일도 아니고 그것때문에 열등감에 빠질 필요도 없다. 그리고 잘 따져보면 당신들 역시 김세황보다 나은 능력 한 두가지는 분명히 가지고 있을 거다.
만약 이런 얼토당토않은 지적을 하는 이유가 경연이란 방식 자체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라면 그냥 탑밴드를 보지 않으면 된다. 그러기 힘들다면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그냥 공연을 즐기기만 하면 되고. 그것조차도 힘들다면 그냥 앨범을 사서 듣거나 공연을 보러 가면 된다. 그러니 애꿎은 김세황 붙잡고 말도 안 되는 비난은 하지 말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