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자본주의

The Skeptic 2012. 10. 9. 21:08

ebs는 좋은 채널이다. 최근 경제 상황이 안 좋다보니 ebs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주느라고 바쁘다. 물론 그렇게 깊게 짚어주기는 워낙 힘들고 난감한 작업인지라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구성과 결말은 꽤 괜찮은 편이다. 


단지 몇 가지 지적하자면 케인즈주의의 경우 단순히 국가가 경제를 주도한다라고 언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케인즈주의의 핵심은 유효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케인즈주의를 잘못 이야기하면 단순히 국가가 열심히 돈 찍어내서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만 하면 된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기준에서라면 죄박이의 경제정책도 캐인즈주의가 된다. 알다시피 그건 말이 안 된다. 말하자면 노무현 정권 당시 IT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은 케인즈주의라고 할 수 있지만 죄박이의 그것은 그냥 돈지랄이다. 

TV에선 케인즈주의자들은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단지 케인즈주의자들만의 것이 이니다. 금융에 대한 이러한 우려는 자본주의의 대부처럼 알려진 아담 스미스부터다. 아담 스미스조차도 기업이나 은행의 무분별한 이윤추구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말하자면 금융이나 기업의 무분별한 이윤추구라는 것은 신자유주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원죄체 가깝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이야기다. 

막스역시 바로 그런 문제인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간혹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글을 만날 수가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반쯤은 맞는 말이다. 

EBS에서는 케인즈주의가 한계에 부딪치자 신자유주의가 구세주로 등장했다고 한다. 대처나 레이건을 신자유주의의 선봉장인 것처럼 말했지만 실상 그들을 신자유주의자라고 부르는 건 조금 무리가 있다. 그들이 국경없는 경제, 규제철폐를 들먹인 것은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지만 작은 정부라는 면에서 보자면 그들은 결코 신자유주의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한 작은 정부란 기업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뿐 건전한 재정을 유지한다는 측면은 거의 의도적으로 무시했기 때문이다. 대처나 레이건 행정부 당시에도 재정적자는 여전했다. 오히려 그들은 기업의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
다거나 규체를 철폐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부의 집중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즉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탈을 쓴 특정 이익집단들이 정치와 경제를 휘어잡고 부를 축적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다고 신자유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기업과 금융의 무분별한 이익추구라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원죄에 가깝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시장이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성장을 포기한 자본주의란 느낌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을 좀 더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성장을 포기한 자본주의란 것이 과연 자본주의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도 애매한 일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어떤 의미로든 이번에 EBS에서 자본주의를 다룬 것은 전체적으로 옳은 방향을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좀 더 첨예한 주제를 다루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이 정도만 되도 대단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