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베테랑이 필요한 진짜 이유 그리고 심판 판정.
The Skeptic
2012. 10. 26. 00:47
"단기전의 승부는 경험이고 그래서 베테랑이 중요하다"
오늘 코리안시리즈 경기를 본 언론들마다 이런 기사들을 써댈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그렇다고 내가 단기전에서 베테랑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제 몫을 못 해내는 베테랑이라면 초짜만도 못할 것이다.
1회, 라이온즈의 선발 장원삼은 심하게 흔들렸다. 마음먹고 강하게 던진 공은 진짜로 날라다녔다. 직구 제구가 되지 않았고 심지어 가운데 높은 공으로 들어가기가 일쑤였다. 직구 제구가 되지 않으니 흔들렸고 덕택에 2사 만루 위기까지 몰렸다. 물론 그 위기를 잘 넘기긴 했다. 문제는 2회에 발생한다. 7,8,9번으로 이어지는 하위타선. 라이온즈 선발 장원삼과 포수는 전반적으로 직구제구가 되지 않는 와중에도 바깥쪽 직구와 떨어지는 변화구 제구는 괜찮다는 걸 알아차렸고 그걸 주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첫 타자는 그런 라이온즈 배터리의 그런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수 있으니 아웃되는 것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문제는 이어지는 타순, 조인성은 초구를 건드려 아웃됐고 다음 타자도 공 몇개 못 보고 아웃. 1회에 이미 20개를 훌쩍 넘긴 공을 던지 장원삼의 투구수가 30개를 조금 넘긴 수준에서 끝나 버렸다.
조인성, 포수다. 투수와 직접적으로 구종을 결정하며 경기 전체의 투구패턴을 짜는 자리다. 그런 포수가 앞선 타자를 상대한 라이온즈 배터리의 변화를 보고도 초구에 손을 댔다. 물론 확률적으로 볼때 초구에 타격을 하는 것은 타자로서 매우 올바른 자세다. 투수도 마찬가지지만 타자도 초구 스트라이크를 그냥 보내고 나면 실제로 배트를 제대로 휘둘러볼 기회가 몇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직전 이닝에 상당한 위기를 겪은 투수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상대 팀 투포수는 그 난관을 이겨내기 위해 무언가 다른 방법을 들고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비록 벤치에서 그런 임무를 수행하는 코치진이 잇다지만 적어도 명색이 포수라면 자기 타석에서 직접 그 정보를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가능한 한 많은 공을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조인성은 초구에 손을 대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사실 이런 부분만이 아니다. 단기전에서 베테랑이 중요한 것은 경험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중요한 것은 어이없는 실수를 할 확률이 줄어든다는 이유다. 즉 단기전에서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베테랑들이 중용된다는 것이고 알다시피 실수가 중요한 것은 공격이 아니라 수비에서다. 그런데 와이번스의 이만수 감독은 유격수 자리에 박진만을 빼고 신인급 선수를 기용한다. 심지어 1루엔 박정권을 빼고 모창민을 기용한다. 그리고 모창민은 1회에 토스 실수를 범해서 타자주자를 살려주고 만다.
공격이 워낙 안 풀리니 해보는 짓거리라는 건 안다. 박진만의 타격능력에 예전만 못 하다는 것, 타격쪽에 재능이 있는 모창민을 기용하기 위해 박정권을 외야로 돌린 점, 왼손 투수에 강한 이재원의 4번 지명타자 기용도 그런 의도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늘 말하지만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3번 안타치면 훌륭한 타자고 4번 진루하면 대단한 출루율인 것이 야구의 현실이다. 반면 수베서의 실수 하나는 단순한 안타 하나가 1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단기전에서 수비가 중요한 이유다.
승부를 도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 이상 도박 역시 확률이다. 가장 높은 패가 나올 경우의 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 안 된다고 자리나 바꿔달라는 헛소리하는 건 곤란하다. 새삼 느끼는 건데 와이번스 벤치의 능력이 점점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경기 초반을 보고 퇴근하느라 나머지는 다 보지 못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와이번스가 이기면 순전히 투수인 마리오 덕일 것이라고 만약 마리오가 부진해서 진다면 그건 순전히 스트라이크 판정이 애매한 심판 탓이라고 말이다. 비록 경기 초반이었지만 마리오의 낙차큰 커브에 대한 심판의 판정은 상당히 애매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3회 2사 주자 1,2루, 타석엔 박석민 볼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3볼인 상황에서 마리오가 던지 커브는 이전 이닝들에선 스크라이크 판정을 받았던 공이었다. 그런데 그 결정적인 상황에서 심판은 그 공을 볼을 선언했다. 당연히 마리오는 제구를 높게 잡을 수 밖에 없었고 그게 최형우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물론 그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상황이 2점 뒤진 채로 끝났다고 해서 와이번스가 이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뒤이은 상황이 너무나 와이번스에겐 치명적이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심판의 스트라이크 볼 판정은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히 지키라는 게 아니라 한번 스트라이크를 잡아준 경우는 다음에도 스크라이크여야 한다는 거다. 그런 기본적인 것을 지켜주지 못하면 투수는 심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심판이 경기를 지배하는 볼썽사나운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열렬하게 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재미있는 경기일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경기 솔직히 정말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