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안철수가 더욱 중요해졌다.

The Skeptic 2012. 12. 21. 02:11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식으로든 또 한 번의 정치적 세대교체가 임박한 시점이 되었다. 이제 우리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5년뒤엔 사라질 것이다. 물론 여전히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순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렇게 강력한 것이긴 힘들다. 물론 새대가리당은 그 와중에도 여전히 박그네라는 과거의 잔상에 의존해왔지만 민주당은 노무현과 문재인이란 새로운 인물을 계속해서 배출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도권은 민주당에서 가져갈 공산도 크다. 물론 여전히 사회주의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찌르자고 떠드는 인식이 주류를 이룬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확률이 높고 민주당이 지방 토호세력을을 축출해내지 못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확률이 높다. 


아무튼 그 와중에서 이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엉뚱하게도 안철수가 되어 버렸다. 게다가 그 강도는 이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그 때나 대통령 출마를 선언했던 그 당시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것이 되어 버렸다. 이제 갓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나온 이 시점에서도 이미 차기 대통령은 안철수의 무혈입성이란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정치적 지명도가 높다는 의미다. 게다가 온갖 허접한 음모론을 떠들어 대는 일부 다까끼 마사오-박그네 광신도들(주1)를 제외하면 나머지 정치적 지향점을 가진 이들 사이에선 안철수의 지명도는 긍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편이다. 


선거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내가 투표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중 하나는 바로 극우세력들을 몰아내고 합리적인 보수정권이 등장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생각한 그 구도의 현실태는 바로 민주당이 제 1당이 되는 것이고 진보정당이 제 2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 노무현 정권시절부터 이번 대통령 선거까지 이어진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앞선 글의 주장처럼 민주당이 구 민주당 인사들을 축츨하는 인적 쇄신을 이룬다면 여전히 가능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알다시피 지방 토호세력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게다가 안철수의 등장은 굳이 민주당에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준 상징적인 사건이 되어 버렸다. 


결국 이 상황에서 새로운 정계개편은 민주당의 사실상의 해산과 새로운 창당이란 수순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안철수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과정이 얼마나 매끄러우면서 사람들이 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난 비록 이번 선거에서 패했지만 문재인의 역할론에 더욱 주목하는 바다. 안철수가 대통령 선거후보를 사퇴할 당시에 보여준 성의를 가지고 이번에 문재인이 안철수를 물심양면으로 도운다면 군사독재 시절이후 최초로 보수-우파 정당이 출현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남한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한 단계 성장할 것이다. 


좌파나 진보세력들에겐 이런 정계 변화가 상당히 껄끄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러나 누누이 강조하는 것처럼 진보나 좌파가 스스로의 정치적 목적을 어떻게 잡고 있는가에 따라 받아 들이는 자세는 달라질 수 있다. 정권획득이 목표라면 껄끄럽겠지만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는 쪽으로 잡고 있다면 이런 안철수 현상은 오히려 상당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p.s.

선거는 졌지만 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이유다. 뭐 죄박이 5년도 버텨냈는데 박그네 5년쯤이야. 


주1)

안철수의 이런 파급력을 가장 못 마땅하게 생각할 이들은 일부 다까끼 마사오-박그네 광신도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들을 제외한 것은 이들이 안철수를 판단하는 기준이란 것이 과학적 사고나 이성의 이름으로 납득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증명을 해주면 믿겠다'라는 사람에게 '일단 믿으면 증명이 된다'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해대는 종교적 광신도들은 어쩌다 보니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인식적인 차원의 거리는 지구와 안드로메다 수준일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나 이해가 아니라 심리상담이다. 


한 번 상상해보라. 노무현과 이회창의 대통령 선거 당시 안철수가 떨어진 노무현을 컴퓨터 조작을 통해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소리를 한 점의 의심도 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기양양하게 떠드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은 그를 어떻게 바라보겠는가. 강조하지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심리상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