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

The Skeptic 2013. 4. 11. 22:44

1.

앞서 '책임회피'란 제목의 글을 쓰면서 인용한 문구다. 그 글에선 '죄'가 모두 개인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대부분 사회적 상황이나 분위기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했었다. 즉 '죄'의 발생과 관련된 측면에 집중한 설명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 반대로도 이 문장의 타당성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설명의 대부분은 사실 '폭력의 폐해'라는 글에서 설명한 바가 있다. 즉 어떤 이유로든 타인을 증오함으로서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절대 악의 수준으로 치부해 버리는 비인격화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에겐 대화나 타협, 절충과 같은 평화적인 수단들을 동원할 수 있는 가능성들이 사라져 버린다. (누차 강조하지만 남조선의 편협하기 그지없는 개신교가 입으로만 구원을 이야기할 뿐 사실상 동성애나 타종교, 정치사상의 자유를 절대 악인 사탄 수준으로 몰고감으로서 그들 모두를 없애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탓이다. 그런 종교에서 사랑을 제일로 친다는 말을 하는 건 아주 우스운 일이다)


그리고 사실 이건 아주 타당한 설명이다. 나는 아주 자주 사람들의 모순적인 언행에 대해서 조롱하는 편이다. 민주주의를 수호한다고 하면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자는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먹고 살기 힘들다면서 부자와 재벌들의 편을 들어줄 것이 뻔한 정치인과 정당에 표를 던지는 것, 전쟁이 일어날까봐 두렵다면서 북한은 처부셔야 한다고 말하는 것, 기타등등 기타등등 세상엔 이루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모순적이고 정신나간 사람들과 사건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힌트가 있다.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넘쳐난다. 아마도 세상 사람들의 절대 다수는 그런사람들일 것이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인류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어처구니없는 일들, 살인, 인종차별, 성차별, 전쟁, 이교도 학살, 민족 청소와 같은 일들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심지어 잘난 척과 오만함으로 무장한 나조차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정도'의 인간은 결코 아니라는 거다. (사실 난 아직까지 그런 인간이 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때문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거다. 물론 나처럼 소심한 인간에겐 그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미리 고백할 수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정답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물론 어줍잖은 얕은 재주때문에 그렇게는 못 살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 한 말이지만 그런 사람들은 그냥 윌슨 배구공 하나들고 그럴싸한 무인도 하나 찾아들어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2.

같은 의미에서 난 여성(엄밀히 말하면 여성이 아니라 '여성성')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적어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리는 여성/여성성이 대화, 타협, 절충에서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생물학적으로만 여성일뿐 사실상 남성이나 다를 바 없는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그러니까 얼마전에 죽은 대처같은 여자는 탈락이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