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이상한 트레이드.

The Skeptic 2013. 5. 6. 18:16

와이번스의 송은범과 신승현, 타이거즈의 김상현, 진해수가 트레이드로 팀을 옮겼다. 얼핏 보면 괜찮은 트레이드처럼 보인다. 그런데 난 사실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2대2 트레이드라곤 하지만 결국 트레이드의 중심은 송은범과 김상현이다. 미 거론했던 것처럼 타이거즈의 최대 약점은 불펜이다. 때문에 선발과 불펜 양 쪽에서 모두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송은범을 영입한 것은 분명 필요한 트레이드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김상현이다. 와이번스는 우타 거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난 이게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 우타거포라면 최정이 이미 차고넘칠정도의 능력을 발위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와이번스의 타선이 예전에 비해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때문에 타자가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인데 김상현은 조금 쌩뚱맞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와이번스의 문제는 타선의 전체적인 부진때문이지 거포의 부재때문이라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와이번스가 거포에 의지한 야구를 했던 팀도 아니다. 심지어 이미 신진급 선수들이 충원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태여 김상현이란 타자가 필요했을까. 


지금은 부진하지만 베테랑급 타자들이 여전히 건재하며 그들의 면면을 보면 거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중장거리형 타자들은 많다. 게다가 신인들도 충원중이다. 거포영입은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구태여 팀에서 가장 쓸만한 투수를 내주면서까지 거포 타자를 영입했다. 이건 단순히 전력보강이외의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 


그 중 가장 설득력있는 건 이만수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팀을 재편하려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메이저 야구를 지향한다고 뉴차 밝혀왔던 것처럼. 그런데 알다시피 김성근의 와이번스 야구는 그것과는 거리가 좀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나로선 그런 것을 구태여 나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지만 아무튼 이만수 감독은 그 차이가 명확하다고 여길 수도 있고 그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팀구성으로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해보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정도. 


한 구석에선 이 트레이드를 놓고 송은범이 내 년이면 FA가 된다는 걸 꼽기도 한다. 와이번스가 잡기도 힘들고 놓쳐도 아까운 선수를 붙잡고 씨름하느니 차라리 미리 트레이드를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발상이다. 알다시피 우리 나라 프로야구의 FA제도는 선수들에게 무척 불리하다. 자유롭게 팀을 옮겨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옮겨가는 팀에서 원소속팀에게 이적금 혹은 이적금 더하기 보호선수를 제외한 선수 한 명과 같은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FA선수를 영입하려는 팀의 입장에선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영입하려는 팀은 머리에 쥐가 나지만 내주는 팀은 그야말로 꽃놀이패를 들고 춤추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그런 기회를 이렇게 날린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같은 FA제도하에선 이건 전혀 타당성이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약 그런 이유로 이번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면 와이번스 구단과 프론트가 정신줄 놓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는 것이고 몇 년후엔 김성근 감독 부임 이전 상황, 그러니까 리그 하위권에서 전전하며 승점 자판기로 전락할 것이란 의미다. 


이미 실력이 어느 정도 검증된 선수들의 트레이드라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활약같은 걸 기대하긴 어렵다. 타이거즈의 입장에선 현 팀 전력상 사실 쓰임새가 마땅치 않은 김상현을 이적시키고 당장 필요한 송은범을 영입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이득이 된 트레이드다. 반면 와이번스는 눈에 띌만한 이익이 눈에 보이질 않는다. 이 차이가 과연 각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내 시각에선 다소 균형이 맞지 않는 트레이드라고 보이지만 그럼에도 트레이드된 선수들이 다들 잘 했으면 좋겠다. 트레이드도 선수들에겐 분명한 기회니까 성공한 트레이드 사례가 많아야 그만큼 트레이드도 활성화되고 선수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테니까. 



P.S.

사실 개인적으로 가장 바라는 트레이드는 이글스 대 베어스 혹은 이글스 대 라이온즈다. 알다시피 베어스와 라이온즈의 내외야는 즉시전력감 선수들로 넘쳐날 지경이다. 반면 이글스는 내외야를 불문하고 주전감부터 백업요원까지 모자란다. 베어스와 라이온즈는 팀의 재정비 차원에서 그리고 이글스는 그야말로 전력 보강의 차원에서 대규모 트레이드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물론 그게 성립하기엔 이글스가 내밀 카드가 너무나 없지만 말이다. 만약 올 시즌동안 그런 트레이드없이 굴러간다면 올 시즌끝나고 벌어질 대규모 FA시장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년가장 류현진을 다저스로 보내며 벌어들인 돈을 쓸 적절한 기회라는 말이다. 아니면 시즌중에 현금트레이드도 괜찮지만 그건 여론이 워낙 안 좋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