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대응.
베어스 대 히어로즈의 경기 5회. 벤치 클리어일이 일어났다. 원인은 이미 8점차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히어로즈의 2루주자인 강정호가 3루로 도루를 감행한 탓이다. 8점차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 도루를 감행하는 것은 '불문율'에서 어긋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다음 타자인 유한준이 볼을 몸에 맞았다. 그럴 수 있다. 불문율을 어겼다고 여겨지는 경우 이런 식의 보복행위 역시 불문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타자까지 몸맞는 볼을 그것도 초구에 맞았다는 사실이다. 히어로즈 벤치는 이것이 '과한 행위'였다고 판단했고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비록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지긴 했지만 그렇게 분위기가 험악한 것은 아니었고 큰 충돌없이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할까? 난 베어스의 과잉대응이라고 보는 편이다. 물론 8점차로 이기는 팀에서 도루, 그것도 2루에서 3루를 훔치는 행위는 당하는 팀 입장에선 분명 상당히 기분나쁜 일일 것이다. 몸맞추는 볼로 보복을 했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런 식의 보복행위 역시 타자에게 지나친 위협이 되지 않는 선에선 불문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이 벌어진 시점과 현재 베어스의 전력이다. 5회다. 아직도 많은 이닝이 남아 있었다. 게다가 베어스는 현재 리그에서 타력으로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팀이다. 비록 투수진이 완전히 붕괴된 탓에 벌어들인 점수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실점을 하고 있어서 경기력과 성적이 들쭉날쭉이지만 최강 타선을 보유한 팀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즉 상대 팀의 입장에선 점수를 벌어놓을 수 있을 때 확실하게 벌어놓아야만 안심을 할 수 있는 상대란 의미다. 결과적으로 히어로즈 강정호의 3루 도루가 그렇게 무리한 것이라고 보긴 힘들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결과이긴 하지만 경기는 분명 히어로즈가 이겼다. 그런데 그 결과는 15:7이었다. 베어스가 지긴 했지만 무려 7점을 얻었다. 막강 수준도 아니고 평균적인 수준의 투수력만 있었다면 결코 질 수 없는 득점 수준인 셈이다. 이런 도깨비같은 팀을 상대로 느슨하게 경기를 이끌어 간다면 대역전극이란 참사를 맞을 수도 있다. 즉 전후 사정과 팀의 전력을 따져보면 경기 중반인 5회에 도루를 감행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플레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당하는 팀은 기분이 많이 나쁘다는 것이다. 조금 애매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불문율을 어기는 팀도 그 행위에 보복을 하는 팀도 각자 타당한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지만 이런 이유때문에 피해갈 수는 없다. 단지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