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
탈북자 문제는 이슈가 된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문제중의 하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탈북자 문제는 남한, 북한, 중국처럼 직접적으로 국경선을 마주하고 있거나 혹은 인접한 국가사이에 발생한 문제라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이번엔 탈북자 청소년 9명이 북한으로 송환되었다고 해서 또 다시 이슈가 되었지만 사실 이전의 탈북자 문제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 단지 이번엔 그 대상이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감성적인 접든이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내 시각도 여전히 같다.
이미 잘 알려졌다시피 북한은 체제 수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다. 그런 그들에게 탈북 문제는 자신들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긴박한 문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그들이 다른 나라도 아닌 남한, 공식적으로 나라가 건립된 이후 김대중, 노무현 10년을 제외하곤 늘상 자신들을 적대시하는 남한으로 송환되는 것엔 더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중국 역시 입장이 애매하다. 안 그래도 서방 국가들로부터 인권에 대한 지적을 엄청나게 당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탈북한 이들의 문제까지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최근 북핵문제로 북한과 어색한 사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입장에선 북한은 외교적인 면에서 여러 모로 활용가능한 카드다. 중국과 북한이 결정적으로 등을 돌릴 상황은 아닌 것이다.
물론 남한은 조금 다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탈북자들을 모두 수용하면 된다. 어느 중국 관리가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을 모두 잡으면 기십만명쯤 되는데 다 남한으로 보내줄까?'라며 빈정거렸다고 하는데 그러 질문받을 필요없이 그냥 다 받아 들이면 된다. 물론 남한으로 오겠다는 사람들만 추려서 말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다. 남한으로 오기를 희망하는 탈북자들을 남한으로 송환함으로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북한과 중국의 마찰 문제고 남한이 얼마나 유연하게 양 국가에게 대처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그런데 이 문제도 아주 담백하게 접근하면 쉽게 해결가능하다. 중국과는 그냥 조용히 보내고 조용히 받으면 된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각종 비용 문제는 당연히 남한에서 지불해야 한다. 탈북자들을 임시로 수용하기 위한 시설과 각종 제반 비용같은 체류비용부터 송환 비용까지 중국에게 지불하면 된다. 필요하다면 혹시 일어날지 모를 북한과의 갈등 관계를 유연하게 해결해 줄 것을 위한 부속비용까지 말이다.
두번째는 북한과의 문제다. 탈북자들을 남한이 대규모로 받아 들이면 분명 북한에서 시비를 걸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게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으니까. 그런데 이 문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저 북한이 암묵적으로 무시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루어지려면 어떤 식으로든 북한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북한과 그렇게까지는 못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난 다르다. 난 탈북자 문제때문에 남북간에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군사적 행위가 일어나는 것까지 감수할 의지까진 없다.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 방안은 이렇다. 그런데 웃기는 건 탈북자 인권 문제를 주장한다는 이들이 유달리 이 문제를 소란스럽게 해결하려 든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단순하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탈북자의 인권이 아니라 북한의 체체전복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개신교의 극단적 이분법으로 무장한 이들에게 북한은 절대악이고 당연히 붕괴되어야만 하는 정권이다. 탈북자 문제의 근본 원인도 북한이란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문제를 탈북자의 인권 문제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면 줗은 시각은 아니다. 만약 이들이 정말 자신들의 주장대로 어떤 정치적인 의도도 없이 진심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인도주의적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심 앙면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라면 탈북자를 중심으로 한 남한, 북한, 중국의 애매한 입장에 대해서 당연히 알 것이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조용한 외교라는 것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런 이상한 태도를 아주 악의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들은 탈북자 인권 문제를 북한 체제전복이란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을 수 밖에 없다.
그들은 북한 정권이 붕괴되어야 탈북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원칙적인 차원에서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목적을 위해 탈북자 문제를 이슈화하는 순간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대응은 날카로워질 수 밖에 없고 결국 탈북자의 인권에 해가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무엇을 목표로 하고 어떤 방식을 선택할 것인가하는 문제만 남는 거다. 물론 내가 보기에 그들은 이미 선택을 한 것 같지만 말이다.
아무튼 탈북자 문제에 대한 결론은 단순하다.
1. 남한이 남한으로 오고자 하는 탈북자들을 모두 받아 들이면 된다. - 그런데 공식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그런 것을 우리 정부가 표명하고 있다는 것을 들은 바가 없다. 게다가 탈북자 송환을 위해 중국이나 북한과 진중한 외교정책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가 없다. 죄박이는 그냥 무시하지 않았던가? 하긴 개신교 특유의 극단적 이분법을 가진 사람에겐 절대악인 북한과 대화를 한다는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탈북자나 북한 인권 단체와 막역한 사이라고 알려진 새누리당이 집권하고 있는 동안에도 탈북자 송환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받아들일 의사는 있는 걸까?
2. 탈북자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북한의 체제문제로 볼 것인가? - 전자를 선택하면 중국과 북한 양 국 모두에 최대한 유화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조용하게 그리고 특히 중국의 경우 비용 문제로 인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할 필요가 있고 북한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어르고 달랠 필요가 있다. 반면 후자의 문제로 인식한다면 그냥 지금 북한 인권단체라는 이들이 하는 대로 내버려 두면 된다. 갸들이 그냥 알아서 다 할 것이다. 다만 그들의 수위가 지나쳐서 북한과 군사적 충돌의 우려까지 낳을 상황이 된다면 국가권력이 나서서 강제적으로라도 막아야 한다고 본다. 누차 강조하지만 탈북자 문제든 북한 체제 문제든 그로 인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감수할 생각은 난 전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