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외계어 논란 - 어른들의 노파심.

The Skeptic 2013. 6. 16. 00:03

없는 걱정을 만들어서 하는 건 전 세계 어른들의 공통점인가 보다. 물론 그 이유가 단지 '개구리 올챙이적 모른다'는 단순하고 널리 알려진, 그러나 아무도 제대로 신경쓰지 않는 금언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는 건 무척 불행한 사실이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외계어 때문에 세대간의 단절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한다. 글쎄? 이 뉴스는 심심하면 한 번씩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뉴스가 나온지 시간이 꽤 지났어도 외계어로 인해 실제로 세대간의 단절이 일어났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단 한번도 실제로 일어난 적은 없는 사건인데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거의 매년 보도되는 그런 뉴스다. 네스호에서 네시를 보았다거나 서울 상공에 UFO가 나타났다는 뉴스랑 뭐가 다른 건지 모르겠고 이런 무의미한 걸 왜 때만 되면 보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유추가능한 건 뉴스거리가 떨어져서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란 정도다. 


문화란 대체로 세대별로 분절적인 양상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연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처한 상황이 달라지게 마련이고 그 달라진 상황에서 사람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동양태를 보이는 것도 일반적이다. 단순한 증거를 하나 들어보자. 고딩 시절 만난 친구들의 모임과 사회에 나와서 알게된 사람들과의 모임에 참석한 사람의 모습은 사뭇 다를 것이다. 한 개인에게 친구란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시간들의 기억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른 시간대에 만났던 친구들이라면 당연히 대하는 것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시간과 친구들의 차이만큼이나 주고받는 대화들도 달라진다. 이건 이상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다. 


내 나이 10대, 20대였을 때도 어른들과 뉴스에선 이런 소리들을 해댔다. 요즘 어린 것들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그건 당연한 거다. 오히려 웃기는 건 왜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하위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걱정내지는 우려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 그런 걱정을 하는 당신들도 어렸을 땐 어른들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던 사람들에 불과하다. 올챙이적 생각을 한 번만 해보면 알 거다. 그게 얼마나 쓸데없는 걱정이고 푸념인지 말이다. 


대화를 할 수 없다고? 그런 쓰잘데기없는 핑계 대지 마라. 항상 어른들과의 대화에 목말라하는 건 어린이들이고 특히 10대들이다. 단지 외계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대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마라. 대화가 불가능한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이란 인간들이 어린이들이나 10대 청소년들의 말을 제대로 그리고 주의깊게 들어주지 않고 훈계나 늘어놓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대로 된 훈계라면 낫겠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의 훈계란 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인 경우가 허다하다. 


외계어가 문제가 아니라 외계어같은 걸 핑계로 대화의 단절을 합리화하려는 어른들이 더 문제인 거다. 



P.S.

무슨 날만 되면 대단한 애국자라도 되는 양 굴면서 요즘 어린 것들은 나라에 큰 일이 닥쳐도 옛날 자기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라고 떠드는 늙다리 꼰대색희들도 마찬가지다. 너거들이라고 태어날 때부터 애국자로 태어난 건 줄 아나? 어쩌다 보니 너거들이 살던 시기에 그런 일이 있었을 뿐이고 그래서 경험을 했을 뿐이다. 그런 경험을 하기 전까진 너거들도 지금 어린 것들과 다를 것 하나 없는 핏덩어리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