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미국 양적 완화 축소

The Skeptic 2013. 6. 22. 00:35

미국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회장인 벤 버냉키가 미국의 경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던 앵적 완화 정책, 즉 돈풀기를 중지할 의사가 있다는 발언을 했고 그 여파가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고 있단다. 그러자마자 언론들은 또 호들갑을 떤다. 물론 고전적인 의미에서 바라보자면 이건 꽤 큰 문제다. 


달러화가 줄어든다는 것은 달러화의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다. 이는 환율이 상승할 것이란 의미고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국제 무역을 위해 필요한 기축 통화인 달러화를 구하는데 돈이 더 많이 들 것이란 의미다. 당연히 원화의 총량도 줄어들게 되고 당연히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금리인상은 대출 금리도 끌어올릴 것이고 기업이나 가계나 자금을 조달하기 더 어려워질 뿐 아니라 이미 빚을 지고 있는 경우라면 더 많은 이자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리고 달러화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예상이 들면 당연히 전 세계 투기자본은 안전자산이 달러화를 사들일 것이고 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같은 금융 시장에서 자금을 빼갈 것이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우리 나라 주가가 하락하는 주요한 원인은 이 때문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런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경제 상황과는 무관한, 오로지 돈이 늘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건 거품이기 때문이다. 


버냉키 파동이라 일컬어지는 주가 하락, 환율 인상, 금리 인상이 이런 것이다. 그런데 다시 강조하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버냉키가 언급한 바에 따르자면 양적 완화 정책을 포기하는 시점은 내년 중순 즈음이다. 1년이나 시간이 남아있다. 이게 무슨 의미이겠는가? 미국 내부의 사정 때문에 1년정도 후에 달러화의 양자체를 줄일 예정이니 알아서들 준비하시라는 취지의 발언인 것이다. 1년씩이나 여유를 주는데 그것 하나 준비 못 하고 파국을 맞는다면 그 정부는 쫗겨나야 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고전적인 의미의 위기 상황이라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니다. 매번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마다 가경경쟁력 하락을 지적하지만 실제로 그게 큰 문제가 된 경우는 많지 않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출에 목을 매는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그런 대비 하나 없이 매번 난리가 난다는 건 경제주체들이 무능하다는 증거밖에 안 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재벌들의 상당수는 이미 그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현대가 미국 본토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나 삼성이 주세가 없는 텍사스에 공장을 설립하는 것도 다 그런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심지어 한진해운은 아예 필리핀에 조선소를 새로 만들었다. 물론 그 곳에서도 우리 나라에서 하던 것처럼 말도 안 되는 노동착취를 행함으로서 필리핀 주민들의 원성을 듣고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는 것일까? 아니 발생한다. 재벌이 아닌 중소기업들, 부자가 아닌 서민들이나 가난한 이들에겐 큰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출 금리가 오름으로서 자금을 구하기도 힘들어지고 빚이 있는 경우엔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으니까. 심지어 최근 '하우스푸어'로 전락한 이들의 경우엔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하우스 푸어' 이야기를 하다보면 늘상 마주하게 되는 반론들이 있다. 난 '하우스푸어'에 대한 대책을 이중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즉 하우스 푸어들이 먹고살게 해주는 대책과 주택 가격 문제를 둘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들의 이자를 낮추어 주거나 혹은 상환 기간을 늘려 주거나 아니면 담보인 주택을 국가가 소유하고 원 소유주에게 재임대를 내주거나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을 것이며 이와 함께 장기적인 차원에서 주택 가격을 낮추어 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사적 소유라는 개념에 집착하는 이들은 이런 견해에 늘 반대한다. 그래서 이들의 주장은 늘상 주택 가격 안정화, 즉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 박그네 정권과 새누리당 애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경제가 활황이거나 적어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경우라면 이런 정책을 시행해도 무리가 없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 일정 수준의 자산 거품은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이제 전 세계 경제부터 우리까지 과거 자본주의의 황금기에 누렸던 그런 경제 활황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까지 세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중국도 최근 그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그렇지만 중국의 자리를 대신할 국가나 경제권역도 없다. 저성장 혹은 마이너스 성장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하다. 우리 나라 경제 역시 단기적으론 저성장할 것이란 것이 중론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산 가격 거품은 상당한 위험요소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럼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자산 가격 거품을 그대로 유지하자거나 혹은 더 늘리자는 말은 어느 순간 가격 폭락과 수많은 가정의 파산이란 파국을 몰고올 수도 있다. 결국 남는 방법은 자산 가격 거품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하우스푸어들에게 살 길을 도모해주는 것과 자산 가격 거품을 해소하는 두 가지 방안이 이중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택처럼 생존과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아직도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욱거리지만 내가 보기엔 사실 선택의 여지 자체가 별로 없다. 현재와 같은 경제 상태, 소득은 줄어드는데 자산가격은 상승하고 물가도 상승하는 경우가 더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하우스푸어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을 스스로의 힘으로 영위할 수 있는 계층의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사적인 능력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면 결국 공공 서비스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그런 상황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사적인 소유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남한 사회라면 이들이 나서서 공공성 강화를 반대할 수도 있다. 이른바 스스로를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이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고 현 박그네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남한 극우파들이 그런 주장을 펴고 있다. 문제는 그 주장이 우습게도 꽤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남한 사람들이 아직은 버틸만한 수준인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정말 버틸만 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뭔가를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인지 애매하다. 


뭐 어차피 사람들의 그 수많은 근거없는 믿음들과는 달리 세상은 조용히 예측가능한 바로 그 방향으로 흘러 갈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