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 역시 하동균.
1.
공중파에선 정말 보기 힘든 가수지만 나올 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는 가수인 것 같다. 하동균. 게다가 이번 편의 가수가 유재하인 점도 개인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유재하, 익히 잘 알려졌시피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전설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물론 난 그 앨범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는 잘 알지 못 한다. 그건 마치 이번 꼭지에서 새로 등장한 롤러코스터 출신의 조원선이란 가수가 '우울한 편지'란 노래를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인 장면을 보는 것과 같다. 난 그 곡이 원곡과 사뭇 다르다는 걸 안다. 그러나 매우 긴장감넘치는 편성에 원곡을 담음으로서 묘한 이질감을 낳는다는 점정도까지 알 수 있다는 정도다. 노래가 끝나고 정재형과 정지찬이 우리가 흔히 듣는 박자가 아니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세밀한 부분까지 눈치채진 못 했을 거다.
그런 거다. 만약 누군가가 처음부터 그 노래가 이런 식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걸 알려주었다면 눈치챌 수 있었을 테지만 그걸 몰랐다면 그런 기술적인 세밀함까지 알아채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바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기도 하다. 내가 유재하를 대하는 방식도 그와 다르지 않다. 단지 약간의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도 하동균의 경험과 비슷한 것 정도일 것이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두 장의 앨범을 사본 기억이 있다. 그나마도 지금은 결혼해서 분가한 동생에게로 딸려간듯 하지만.
그렇다고 유재하가 나에게 압도적인 음악인으로 기억되는 건 사실 아니다. 그건 아마도 처음 그가 움악인으로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많은 음악계 인사들에게 푸대접을 받았던 이유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의 보컬은 그의 음악에 비해 많이 부족한 듯 보인다는 점. 그 때도 사람들은 그에게 가수보다는 작곡가가 되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유재하의 음악은 처음 들었을 때나 오랜만에 들었을 땐 정말 더할 나위없이 좋다. 앨범을 통째로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더 들으라고 하면 약간 꺼려진다. 그 이유는 바로 보컬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그 노래들을 하동균이, 그것도 오늘 불후의 명곡에서처럼 부른다면 아마 난 두번 정도는 기꺼이 더 들어줄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하동균의 선곡이 '그대 내품에'라는 것도 참 마음에 든다. 아마 유재하의 앨범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을 고르라면 이 곡일 것이다. 물론 나처럼 유재하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선언하는 사람이 아닌 그냥 팬의 입장이라면 아마 그의 앨범에서 가장 이질적인 노래라고 평할 것이다. 애초에 '별헤는 밤이면'이란 첫 소절이 흘러나올 때부터 이 노래는 다른 노래들과 다르게 무언가 달뜬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기승전결의 구성이 아니라 처음부터 결론부터 깔아놓고 간다는 식이다. 이런 구성은 위험하지만 결과물에 따라 아주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의 앨범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가장 마음에 드는 보컬이 가장 인상적인 편곡으로 보여준 셈이고 당연히 이번 꼭지에서 최고라고 꼽을만 하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드니까 유재하의 죽음이 너무 애석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수로든 작곡가로든 더 오래 살아서 이런 노래들을 만들어주었다면 얼마나 많은 가수들과 사람들이 행복해 했을까 싶어서.
원래 긴장감넘치는 구성을 선호하는 사람이라 조원선에게도 꽤 눈길이 갔던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의 새로운 편성과 원곡의 정서가 낳는 이질감이 익숙치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아예 새로운 편성에 맞뭐 새로운 곡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이번 꼭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쉬웠던 것도 그런 점이다. 충실하지만 새롭지는 않았다는 것.
2.
앞의 글에서 '새롭다'라는 문장이 튀어나온 관계로 해보는 음악 이야기 하나 더.
내가 최근 유행한다는 음악을 듣지 않는 이유는 '그 노래가 그 노래같아서'다. 물론 유행가란 것이 대부분 그런 패턴을 보이는 것이니 그걸 비난할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게 영 내 취향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그나마 2ne1의 노래가 귀에 잘 감기는 것도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미닛의 노래 역시 개성적이라는 점에선 좋은 편이다. 하긴 다 비슷비슷한 노래들 투성이였던 소녀시대의 노래들 중에서도 'I got a Boy'는 귀에 감기는 걸 보면 결국 문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인 듯 하다.
그런 시각에서 본 주목할만한 가수 셋,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세명이나 된다. 존 박, 유성은, 김예림. 난 이른바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까 난 왜 '정글의 법칙'의 리얼리티는 지적하는 이들이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의 리얼리티에 대해선 별 지적이 없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고 그런 점이 꽤 거슬리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거론한 세 명중 존박을 제외하면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것도 사실 잘 몰랐다.
그런데 내가 거슬려 하는 부분과는 상관없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는 면에선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활약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개성넘치는 가수들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난 나름 취향이 까다롭고 게다가 소심한 사람이라 한 번 마음에 들지 않은 프로그램을 다시 찾아보는 일같은 건 거의 하지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굳이 찾아서 시청하는 일같은 건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탓에 프로그램 전체의 가치를 폄하하는 멍청한 짓을 했다는 걸 시인하고자 한다. 이런 추세라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리 음악계에 기회와 다양성을 제공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단순히 익숙한 것들을 재탕 삼탕 해주는 선발방식과 기준으로 프로그램이 돌아간다면 그 순간 오디션 프로그램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상실하게 될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