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 중국, 바이에른 뮌헨 대 바르셀로나.
아시아에선 동아시안컵 대회가 열리고 있고 다른 나라에선 리그 경기 개최를 앞두고 각종 이벤트성 분위기 달구기 경기들이 열리고 있다. 그 경기들중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작년 트레블의 주인공인 바이에른 뮌헨과 최근 몇 년간 최강의 팀으로 군림해온 바르셀로나의 경기일 것이다. 게다가 과거 바르셀로나의 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적을 옮긴 후 처음으로 친정팀 맞붙는 경기라는 점도 흥미를 돋궜다.
동아시안컵 대회 역시 아무래도 아시아 최강이라고 할 한국과 일본이 베스트 전력으로 참가하는 대회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자면 다른 이벤트성 경기들보다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리그 개막을 앞두고 전력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며 동아시아 대회 역시 참가하는 나라들마다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의 경우엔 새롭게 감독으로 취임한 홍명보 감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중국과의 경기도 비겼다. 그리고 경기 양상도 호주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호주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라고 평한 그대로다. 그런데 난 호주전보다 못 했다고 본다. 호주전때보다 중앙 장악력이 떨어졌다. 중국이 열세를 보이면서도 지속적으로 공격에 나설 수 있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이었다.
여기서 잠시 뮌헨대 바르셀로나의 경기로 돌아가 보자. 경기 결과와는 상관없이 이 경기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바로 양 팀 모두 엄청난 전방압박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후반전에 뮌헨이 바르셀로나 2진급 선수들을 상대로 보여준 전방압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골키퍼가 있는 라인까지도 기꺼이 압박해 들어가는 모습은 무모해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무모해 보이는 압박조차도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과도한 압박은 날카로은 역습을 부르게 마련이다. 당연히 압박에 나서는 팀은 역습에 대비해야만 한다. 즉 전방 압박에 나서는 선수들은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중 미드필더들은 패스가 나올만한 길목을 차단하고 수비수들은 전방으로 나간 선수들의 빈공간을 적절하게 메워야 한다. 즉 전방 압박 자체가 강력했던 것이 아니라 무모해 보일 정도의 압박에 나서면서도 후방의 허술한 틈을 용납치 않았다는 점을 더 높이 사야 한다.
같은 이야기다. 중국전에 나선 우리 선수들은 그런 점에서 호주전보다 떨어졌다. 특히 패스가 나올만한 길목을 차단하는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쉽게 반격을 허용하게 되고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아무래도 전방 압박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끼게 되고 수비라인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팀의 패스워크나 움직임이 좋았다는 점도 작용한다. 우리는 공한증을 이야기하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 중국 축구는 이전보다는 많이 성장했다. 물론 이런 현상이 최근에 있었던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들의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다시 뮌헨 대 바르셀로나. 후반전 들어 뮌헨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인 것은 바르셀로나가 2진급 선수들을 기용한 결과다. 물론 아무리 2진이라고 해도 바르셀로나라는 축구클럽의 2진 선수들의 기량은 인정해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뮌헨의 압도적인 우세로 흘러간 것은 결국 '약속된 플레이', '조직력' 탓이다.
홍명보 감독이 취임하고 가장 역점을 두는 것중의 하나가 바로 선발진과 후보선수간의 격차를 없애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 역시 그런 면을 테스트하고 적용해보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아직 두번의 경기지만 골키퍼 정성룡과 윤일록을 제외하면 선발 라인 자체가 전부 다를 정도로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 해보는 중인 듯 싶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조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두 경기가 수준 차이가 난다는 점은 인정해야겠다. 뮌헨과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친선전이라 양 팀 모두 무리하지는 않았지만 그 와중에서도 기술의 세기라든가 정확도란 면에선 대표팀간의 경기였던 한국 대 중국전보다 더 나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선전인 탓에 교체선수의 제한이 없어서 수많은 선수들을 교체하면서도 팀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 더 대단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조직력을 최우선으로 둔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개인 기량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조직력이란 걸 구축할 수도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동아시안컵 대회에서 더 많은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경험을 쌓게 만드는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옳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p.s.
문제는 저번에도 지적했지만 해외파와 국나파 선수들간의 호흡문제일 것이다. 이건 단순한 조직력의 문제가 아니라 세부적인 작전을 바라보는 선수들간의 시각 차이다. 이 문제를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 한다면 해외파와 국내파를 함께 발탁하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