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에 대한 두 가지 시선.
소재를 스티브 잡스로 잡았다고 해서 뭐 색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늘 하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난 애플 제품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사용해본 적도 있다. 아직까지 윈도우 8을 써보지 않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애플의 OS가 최소한 윈도우7보다는 낫다. 매번 마이크로 스포트가 듣는 비아냥이지만 어설프게 애플 OS를 따라가려는 듯한 분위기가 여전하다.
그렇다고 내가 애플빠인가 하면 그렇진 않다. 애플 제품을 좋아하지만 애플빠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과 이유는 같다. 일단 비싸고 AS가 안 좋다. 고장나면 고치는 데 시간도 왕창 걸리고 수리비도 비싸다. 사설로 고쳐주는 곳을 가면 조금 싸지만 오랫동안 사용하려고 비싼 돈들여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아무래도 꺼려지게 마련이다. 그런 이유들로 난 애플제품을 사지 않는다.
아무튼 난 스티브 잡스를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많은 이들이 그를 '혁신'이란 단어로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는 기업인이고 혁신을 부르짖은 인물이며 그 덕에 애플은 IT분야에서 상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삼성과 벌이는 특허 싸움만 봐도 그렇다. 물론 애플이 무리한 부분들이 있지만 어쨌거나 애플이 선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그 혁신을 스티브 잡스가 이룬 게 아니라는 거다.
즉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만든게 아니라는 거다.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 휘하의 엔지니어들의 작품이다. 한동안 IT업계에서 명성를 떨치던 어느 기업의 유명한 제품 탄생과 관련된 비화. 디자이너가 정말 근사한 디자인을 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기술력으론 도저히 그 디자인안에 IT기기를 넣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 그 기업 사장이 한 말이다.
"구겨넣어."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고생고생해서 구겨 넣었고 대형 히트를 쳤다.
스티브 잡스와 관련된 다양한 일화들을 접한 이들은 익히 알 것이다. 그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이었으며 한 편으론 매우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인물이었다. 그가 초창기 함께 설립한 애플의 공동대표에서 쫗겨났던 것도 그런 이유때문이다. 다행이라면 그가 그런 성격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법을 어기거나 탈법행위를 해가며 부정축재에 열을 올린 인물은 아니라는 점일 것이다. 몇십조 수준의 삼성이란 재벌기업을 편법으로 상속하며 고작 몇 백억 상속세금을 낸 삼성일가보다는 돈과 관련된 도덕적인 면에서 약 백배쯤 낫다고 본다. 물론 그건 부자들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우리나라의 빌어먹을 세법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잡스가 우리나라에서 기업했다면 삼성 이건희처럼 편법을 사용했을지 모른다. 세금을 걷는 구조가 엉망인데 잡스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폐쇄적이고 독단적이며 창의적인 인물. 기업에선 필요할지 모른다. 그 창의성이 시장을 선도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주고 기업에 이윤을 안겨줄 테니까. 폐쇄적이고 독단적이란 단점은 그 성공에 가리워질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단점을 가려주는 것이 창의성이란 장점이 아니란 거다. 오로지 성공이란 결과물에 의해서만 가려진다. 만약 그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 했다면 그의 창의성같은 건 존중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와 비슷한 인물을 하나 안다. 죄박이다. 독단적이고 폐쇄적이다. 심지어 나찌 독일의 히틀러가 앓았다고 알려진 과대망상 수준의 창의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서울 한 복판에 청계천이란 이름의 유지비용비싼 인공어항을 만들었으며, 이젠 어느 나라에서도 새로 만들지 않는 대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했다. 4대강 사업이라고 구라를 쳤지만 속내는 대운하였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 덕에 박원순 서울 시장은 예산문제로 머리가 아프고 4대강이라 이름붙은 강중 한강을 제외한 나머지 강들은 녹조류가 살기에 아주 적합한 쓰레기같은 환경이 되었다.
전남 나주에 임성훈이란 시장이 있다. 배임 혐의로 재판중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최근 서울 지하철 9호선 요금 논란과 비슷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중이다. 사기업에서 투자를 해서 영업을 하는 대신 예상 이익보다 손실이 나면 그걸 나주시에서 충당을 해준단다. 이미 수많은 지자체에서 이런 식으로 사업을 벌이는 바람에 엄청난 빚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걸 또 한단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나주시 시의원들이다.
"시장이라면 기업으로 말하면 사장인데 사장이 그런 정도 결정도 못 하느냐?"
시의원 대장쯤 된다는 인간의 말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기업과 국가, 지자체가 하는 일은 매우 다르다. 기업에선 일 못하는 직원 잘라도 되지만 국가는 국민들 중 일부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아직 너무 어려서 혹은 너무 늙어서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국민자격을 박탈할 순 없다. 때문에 기업에 적합한 인물과 나랏일에 적합한 인물은 다르다는 거다. 그걸 착각하면 안 된다.
얼마후면 애쉬튼 커처 주연의 잡스란 영화가 상영을 시작할 모양이다. 아마도 그 때면 또 한번 잡스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질 것이다. 그래서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 난 애플제품을 좋아하고 그런 애플의 앞길을 연 잡스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잡스가 애플의 사장일때 성립하는 것이다. 만약 잡스가 우리 나라에서 대통령내지는 정치인으로 나선다면 난 그를 반대할 것이다. 그는 나랏일을 할만한 사람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