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들이 바보인가?
현대자동사측과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잠정적으로 합의했고 그 안에 대한 노조의 찬반투표가 이루어지고 있단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생각없는 남한 극우파들이 또 이상한 소리들을 늘어놓고 있다.
날이 가고 해가 가도 달라지지 않는 이들의 이상한 주장은 바로 '노동자들이 뭐 대단한 일을 한다고 파업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임금을 올려 달라고 주장하는가?'하는 것이다. 이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노동자인지 유산계급인지 하는 따위의 증명할 수 없는 반론같은 건 이제 그만하기로 하자. 그런 말을 한다고 갸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서 새삼 다시 생각해볼 인간들이 아니니 말이다.
그냥 단순한 이야기를 하자. 현대자동차 사측과 노조가 잠정 합의를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양 쪽 다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지만 최소한 '그래도 그 정도면 괜찮다'라는 선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걸 일러 '합의'라고 표현하는 거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다. 현대자동차 사용자 쪽에서 '그 정도 수준의 임금은 인상해줄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잘 알지도 못 하고 떠드는 제 3자도 아니고 당사자가 그렇게 판단했다는 거다. 그런데 왜 그걸 가지고 난리를 피우나? 줄만 하니까 주겠다는데 말이다.
남한 기업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기업이 망할 정도로 임금을 주는 경우는 없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의 기업이란 어차피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고 그런 집단이 임금을 올려줘도 되겠다고 판단을 내렸다면 임금을 올려줘도 이윤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또 많은, 아니 사실 많지는 않다. 아무튼 소수의 인간들이 미국의 GM을 들먹인다. 미국의 최대 기업이자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던 자동차 기업 GM이 망한 것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많은 신자유주의자들과 미국내 극우파들은 GM이 망한 이유로 극렬 노조를 들며 비난한다. 그런데 이 주장은 앞선 이유로 인해 '근거없음'이란 처분을 받은지 이미 오래다.
말했다시피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모든 과정과 결과는 그것으로 수렴된다. 그리고 그 과정과 결과엔 노조와의 관계도 포함된다. 즉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지나치게 높아서 기업의 이윤을 낮추고 심지어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한다면 사측은 그것을 완강하게 거부할 것이다. 심지어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돈을 조금 더 벌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건비가 싼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 폐업을 일삼는 것이 현재 한국의 기업들이다.
그런 기업이 임금은 인상하면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임금을 인상해주었을 것이라고 보는가? 아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GM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GM파산의 주요 원인중 하나도 지적된 은퇴한 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복지정책 역시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이유가 되지 못 한다.
결국 노조나 복지문제보다도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런 제도를 유지하거나 임금인상을 통해 기업이 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 한 사측과 경영진의 무능함이다. 혹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사실을 발설함으로서 조직내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이 두려워 아무도 말하지 못하게 되는 안이한 조직문화 탓일 수도 있다. 물론 그런 부정적인 조직문화 역시 사측과 경영진의 무능함으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실 사측이나 경영진은 그런 일을 방지하라고 노동자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는 것 아닌가?
자본주의 체제하에선 노동자나 노조보다는 기업과 사측이 항상 우위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을 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유지해주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사측과 노조가 합의한 사안에 대해서 노조를 욕하는 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만약 그 결과로 인해 현대 자동차가 망한다고 해도 그 책임은 노조가 아니라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을 예측하지 못한 경영진과 사측에 있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들에게 훨씬 더 유리한 상황이 조성된 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사안을 보면서 노조를 욕하는 건 사살관계가 그렇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자신이 가진 그릇된 선입견(1)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그러니까 조건반사와 관련된 우명한 실험인 파블로프의 개마냥 자동적으로 욕을 하는 현상에 불과한 거다. 생각? 그런 거 없다.
P.S.
혹자는 이 '그릇된 선입견'에 대해서 정치적 견해라고 우기기도 한다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고려하지도 못 한 상태에서 나오는 생각까지 정치적 견해라고 불러줘야 하나? 그건 좀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