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끝나가긴 하나 보다.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가는 분위기다. 가을 야구를 치를 4개팀이 이제 거의 윤곽을 드러낸 상황이란 점에서 보자면 그렇다. 가을 야구에 나가지 못 하는 팀의 팬들 입장에선 응원하는 팀의 내년 시즌이 더 관심사일 것이고 가을 야구에 나서는 팀의 팬의 경우엔 순위다툼이 관심사일 것이다.
물론 올 시즌엔 만년 가을야구 열등생인 트윈스가 바람을 일으키며 십수년만의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점과 시즌 초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가 여전히 4강권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변수 덕에 최근 몇 해동안 가을야구 개근생이었던 베어스와 라이온즈가 만들어온 구도에 파열음을 낼지 관심이 더해지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높은 관중 동원능력을 자랑하는 지방 프로야구의 라이벌인 타이거즈와 자이언츠의 탈락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이 두 팀의 부진은 이미 시즌전부터 예견되어왔던 바다. 타이거즈는 2009년 기적적인 우승을 이루기도 했지만 사실상 그 당시에도 1군과 2군의 현격한 전력차에 더해 1군 선수층의 얇음이 늘상 문제를 야기하던 팀이었고 올 시즌에도 그런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올 시즌 역시 수준급 FA영입으로 그 구멍을 메우기엔 무리라는 게 드러났을 뿐이다.
반면 자이언츠의 상황은 정반대다. 선수층이 얇은 것은 같으나 문제는 그 얇은 선수층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어스처럼 2군 육성시스템이 훌륭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준급 FA를 영입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수준급 선수들의 이탈로 생긴 구멍을 고만고만한 준척급 선수들을 보상받는 것으로 끝내고 있다. 심하게 말하자면 과거 히어로즈가 선수팔아 구단운영하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행태인 셈이다. 게다가 히어로즈야 모기업이랄게 없는 구단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자이언츠는 롯데라는 모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태를 보인다는 건 웃기는 일이다.
누차 말하지만 한국화약그룹이나 안전한 것 아니면 손도 안 대려는 롯데는 그렇게 구단 운영할 거면 그냥 구단을 다른 기업에게 넘기는 것이 낫다고 본다.
본론이 아닌 이야기가 길어졌다. 이제 본론, 강민호 선수의 거취가 화제다. 국가대표 포수일 정도로 포수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선수인데 올 시즌 이후 FA로 풀린다. 포수라는 포지션은 수준급 실력을 갖추는 기간이 다른 포지션보다 더 올래 걸리는 편이다. 그 덕에 다른 수준의 FA들보다 가치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다.
모든 구체적인 문제는 일반론과 특수성이란 두 가지 관점을 동시에 갖는다. 포수가 길러내기 힘든 포지션이라는 일반론과 현재 다른 프로야구단의 선수구성과 선수층 보강을 위해 구단이나 감독이 어떤 태도를 위하고 있는가가 동시에 문제가 될 것이다. 그 와중에 들먹여지는 구단이 라이온즈와 트윈스, 이글스다. 물론 더 이상의 프랜차이즈 스타의 유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이언츠도 있지만 미안하게도 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겠으면서도 솔직히 믿지는 못 하겠다.
아무튼 상황은 그런데 이상하게 강민호의 가치가 폭등할 것이라는 뉴스가 많이 등장한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반대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올 시즌 각 구단의 선수구성을 보자. 일단 1차적으로 베어스는 제외다. 여기에 올 시즌 4강 유력 팀인 트윈스나 라이온즈, 히어로즈에 와이번스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구단은 수준급은 아닐지언정 준척급 포수들은 갖추고 있으며 트윈스는 이미 김기태 감독의 부임이후 무분별한 FA영입과 선을 그었다. 라이온즈 역시 마찬가지 기조고 히어로즈는 자금도 명분도 충분치 못 하며 와이번스는 부상만 아니라면 포수 포지션의 정리가 필요할 정도다.
남는 구단은 타이거즈, 이글스, 다이노스다. 그런데 다이노스는 신생구단이고 공격적인 FA영입보다는 선수 육성에 더 힘을 쏟을 걸로 보인다. 변수는 자이언츠와 연고지가 겹친다는 점일 것이다. 이는 영입과 포기라는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연고를 중심으로 한 라이벌 관계가 지나치게 과열될 것을 우려하여 포기하는 쪽에 더 방점을 찍고 싶다. 그리고 사실 그게 옳은 방향이라고 보기도 한다.
결국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구단은 타이거즈와 이글스다. 그런데 타이거즈는 이미 작년에도 자이언츠에서 김주찬을 데려오는데 상당한 자금을 소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 성적은 좋지 않다. 반드시 필요한 선수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구단이 의욕을 부리기엔 조금 무리한 감이 있다.
게다가 이글스는 누차 강조한 것처럼 도대체 구단 운영에 어떤 기준과 전망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알기 힘들 정도로 엉망인 구단이다. 우스운 건 그 때문에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설 확률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게다가 아직 이글스엔 소년가장인 류현진을 다저스에 팔아치우고 받은 돈이 남아 있다. 여러 모로 가능성과 불가능성이 공존한다.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자면 난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롯데가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란 가능성을 거의 믿지 않지만 전체 프로야구판을 보자면 자이언츠가 강민호를 주저 앉혀야 한다고 본다. 만약 강민호마저 자이언츠를 떠난다면 자이언츠는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 대부분을 잃어버리게 되며 전력에서도 상당한 손실을 입게될 것이다. 심각한 경우 엘롯기란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엮었던 바로 그 시절로 회귀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머릿속에서 가장 유력하게 벌어지는 상황은 강민호가 우선협상기간동안 자이언츠와 합의를 못 이루고 FA시장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롯데는 시장에서의 움직임을 관망하며 가격을 얼마나 더 후려쳐서 내릴 것인가를 계산해볼 것이다. 일반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아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정황상 해선 안 되는 짓이다. 그런데 난 롯데가 그걸 할 것 같다. 왜? 그것이 바로 롯데가 자기 구단의 FA선수들에게 했던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