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무리뉴의 선수 기용, 모예스의 선수구성.

The Skeptic 2013. 10. 1. 15:40

1.

기본적으로 팀은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로 구성된다. 각 구성원들에게 주어진 역할이 다르고 그에 따라 짊어져야 하는 책임도 다르다. 경기에 나서는 선수를 선택하는 문제는 감독의 권한이다. 그에 대해 의문을 갖을 수도 있고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서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감독이 경질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그런 불행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경기에 나설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감독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류의 사건들이 문제가 되는 건 대부분 팀 성적이 안 좋기 때문이다. 팀 성적이 좋으면 센터 포워드로 강아지를 기용해도 아무도 뭐라 그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스포츠 경기는 모두 결과론이기 때문이다. 결과론, 결과를 통해 원인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가리는 것은 분명 적절한 방법은 아니다. 반면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스포츠 경기와 관련된 사건들을 파악하는 것 역시 그리 녹록치 않긴 마찬가지다. 특히 소위 전문가들, 그러니까 아무래도 그런 쪽의 정보 접근이 용이한 이들이 아닌 일반 관객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첼시에 대한 이야기다. 시즌 초반부터 지금까지 첼시의 무리뉴 감독의 선수 기용에 대한 의구심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첼시의 성적이 그리 나쁘지 않다는 거다. 현재 리그 5위다. 시즌 초반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순위가 요동치는 상황이란 걸 고려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런데도 말이 많은 건 그만큼 무리뉴란 감독이 부임한 첼시란 팀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의미다. 게다가 기자들은 그런 건수를 늘상 과장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EPL에서 첼시를 응원하는 사람인 난 선수 기용에 대해서 별 불만이 없다. 내가 원하는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경기력 자체가 아주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마타로부터 시작된 논란은 브루윙을 거쳐 루카쿠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난 마타의 경우는 기용하는 편이 낫다고 보는 사람이다. 에당 아자르는 출중한 개인기에 비해 경기 전반을 조율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오스카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토레스가 퇴장당하고 난 뒤에 마타가 원톱으로 나서는 게 아니라 아자르에게 그 역할을 맡기고 마타는 계속 중원에서 뛰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고 오스카나 아자르가 마타보다 아주 떨어지는 것도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마타의 기용 여부가 첼시의 경기력을 심각하게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쉬얼레, 에투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키워서 쓸 생각이 아니라 당장 즉시전력감으로 데려온 선수다. 어떻게든 기존의 첼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결국 비록 미진한 부분이 보이더라도 시즌 초반에 지속적으로 기용할 필요가 있다. 반면 브루윙은 조금 다르다. 아직 어리다. 구태여 무리해가며 기용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거다. 루카쿠 역시 비슷한 연장선상에 있다. 루카쿠는 중위권 팀에선 분명 주전 공격수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첼시에서 플레이하기엔 모자란다. 그는 훌륭한 피지컬을 자랑하지만 불행히도 그만큼 느리다. 첼시의 플레이 속도를 따라가기엔 너무 느리다. 


난 주인공이 처음부터 상대를 압도하며 이기는 게 좋다. 괜히 이런저런 고난을 겪으며 성장한다는 따위의 영웅담 별로다. 당연히 내가 응원하는 팀이 경기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아무런 문제없이 압도하는 경기가 좋다. 그러나 그건 내 바램일 뿐 현실은 전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알만한 나이다. 때문에 경기력 자체가 아주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성적과 경기력이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순위가 12위다. 낯설다. 비록 시즌 초반이라 별로 신뢰할만한 순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맨유아닌가? 이건 스페인의 라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순위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뒤지는 것만큼이나 놀라운 이야기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가 시즌 초반의 이야기다 보니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당연히 감독인 모예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퍼거슨의 급작스러운 은퇴이후 감독으로 부임한 이라 아무래도 전임 감독과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비교 자체가 잘못된 시각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퍼거슨의 감독 재임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부진했던 시즌이 없었다면 인정하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오랜 기간동안 이루어 놓은 결과를 단지 몇 개월간의 성적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 와중에서 그나마 들어줄만한 이야기는 선수 구성, 상대적으로 약화된 선수 층에 대한 지적이다. 실제로 맨유는 올 시즌 보강된 선수는 마루앙 펠라이니 밖에 없다. 게다가 예상보다 중앙 수비수인 퍼디난드와 비디치의 노쇠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 미드필더진 역시 캐릭 이외의 믿을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리그 최상위권 팀들과 경쟁을 벌이기엔 선수가 많이 모자란다는 느낌이다. 


물론 작년 시즌도 상황은 비슷했다. 차이라면 그 땐 반 페르시가 있었고 지금은 부상중이라는 거다. 루니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지만 아무래도 혼자선 무리다. 뒤늦게 겨울 이적 시장에서 선수 바강을 외치고 나섰지만 문제는 그 때까지 어떻게 버티는가다. 결국 핵심은 반 페르시의 빠른 복귀다. 반 페르시의 유무에 따라 상대 팀이 느끼는 압박감이 다르고 다른 공격수들에게 공격 찬스가 나는 횟수도 차이가 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리그 최고의 스타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비교자체가 불합리한 시각이지만 알다시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 따지는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그런 불합리한 바램에 구단 이사진이 쓸려갈지도 모른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 팀의 말로가 어떤지는 익히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