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축구에 대한 입장차이.
인간이 대체로 다 그렇지만 스포츠와 관련된 부분은 아무래도 더 객관적이기가 어렵다. 당장 눈앞에서 승부가 갈리고 그 결과가 다음 경기, 다음 시즌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에 국가주의가 덧붙여지면 그 파급력은 우스울 정도로 커진다. 고작 공놀이에 상대국과의 비극적인 과거사 문제가 얽혀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또 많은 독재자들이 그런 국가주의 특유의 무비판성과 맹목성을 통치를 위한 도구, 정확히 말하면 우민화 도구로 자주 사용해왔다. 지금은 국민 스포츠가 된 프로야구의 태동 역시 그런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좌파와 우파를 막론하고 독재정권은 유달리 치적 쌓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또 거창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아무튼 스포츠와 관련된 이야기는 객관적이기 힘들다. 어지간한 수준의 팬이 아니고선 힘들며 나름 전문가라는 이들조차도 마찬가지다. 특히 스포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으로 밥을 벌어먹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그들은 전문가이지만 스포츠 팬들의 입장에선 선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스포츠 팬들의 비난(그것이 합리적이든 몰상적이든 상관없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한국 대 브라질 축구. 대체로 언론에선 꽤 후한 평가를 내리지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내가 보기엔 졸전이었다. 새로운 미드필더 조합이 기성용과 한국영 조합이 '묵직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난 동의할 수 없다. 활동량이 많았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그 활동량이 효과적이고 적절했는지를 묻는다면 난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중원에서 공을 잡은 기성용이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비록 기성용이 패스에 치중하는 미드필더치곤 지나치게 공을 끄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도 이번 경기에선 지나쳤다. 문제는 그게 기성용 탓이 아니라 주변에서 패스를 받아줘야 하는 선수들 탓이라는 거고 가장 유기적인 협력자여야 할 한국영과 4백 수비들이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패스를 받아주기 위해 접근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접근하는 방향도 납득하기 힘든 경우가 많았고 패스를 받고도 바로 다른 선수에게 돌리지 못 하고 헤매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상대팀의 압박때문에 패스를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상대팀은 패스를 받은 다음 선수, 즉 자신을 압박해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면 패스를 받아주러 가면서도 패스를 받자마자 재차 빠르게 패스해줄 선수를 찾으면서 움직여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그런 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긴 힘들었다.
수비가 단순히 상대의 공격을 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후 공을 간수하고 공격수들에게 전진 패스를 넣어주는 것까지라는 것을 고려하면 잘했다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 그 패스들마저 부정확하기 일쑤였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TV해설진은 주로 공격상황에서의 크로스의 부정확함을 지적했지만 난 그보다 수비라인에서 올라오는 패스의 부정확함과 불안정성이 더 문제라고 본다.
'수비라는 플레이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그와 비슷하다. 약간은 불명예스러운 소녀슛으로. 그리고 볼턴 원더러스의 대체불가능한 측면 공격수로 알려진 이청용. 이번 경기 후반에 브라질 선수들과 충돌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브라질 선수들중 일부는 지나치게 거친 플레이라고 언급했으며 네이마르가 소속된 리그인 스페인에선 더욱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우리 언론은 그런 견해에 전혀 수긍하지 않는 편이다.
내 생각 역시 비슷하다. 지적을 당할만큼 격한 플레이는 없었다. 경기 전체를 통틀어 봐도 여느 축구 경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경기였다. 그런데 왜 이런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걸까? 시각 차이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건 순위전도 월드컵 본선도 아니다. 그냥 친선전이고 평가전이다. 세계 최강을 자임하는 브라질이 몇 아래인 팀과 경기를 펼치면서 사력을 다할 이유는 없다. 그저 지지않을 정도면 그만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선 선수들 입장에선 평소 경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경기라고 하더라도 격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래봐야 '기분 탓'이지만 말이다.
스페인 언론의 호들갑고 그런 측면이 크다. 네이마르가 자국 리그에서 뛰는 슈퍼스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게 월드컵이고 스페인 대 브라질의 경기였다면 아마 스페인 언론은 네이마르에 대해서 '다이버'라고 비난을 퍼부었을 거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과 처지에 따른 시각말고 조금 객관적인 입장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불가능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번 경기같은 경우엔 브라질 선수들, 특히 네이마르가 그 실마리를 제공했다.
"반칙도 경기의 일부다."
만약 한국팀의 반칙이 그토록 격렬했더라면 그가 이런 반응을 보였을까? 아니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경기의 일부에 속하는 수준의 일상적인 반칙이 등장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