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고생중...
1.1
글을 썼는데 실수로 날려버려서 다시 한번 쓰는 글.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5차전에 대한 이야기고 베어스 벤치에 대한 미심쩍음에 대한 이야기다.
이미 시리즈 시작전에도 말했지만 베어스의 약점은 벤치다. 시즌중에도 자주 눈에 띄었지만 이미 언급한 것처럼 많은 경기를 치루는 시리즈와 단기전인 포스트 시즌은 경기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 실수는 곧 패배와 직결된다. 단기전에선 실수를 하는 팀이 진다는 말이 허언이 아닌 셈이다. 선수들의 실수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그만큼 중요한 건 벤치의 능력이다.
그런 불안함이 9회말에 드러났다. 앞선 8회말에 등판한 변진수는 사실 그리 미더운 피칭을 한 건 아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막아냈다. 그리고 사실 거기까지가 변진수의 몫이었다. 9회엔 그야말로 클로저로 새 투수가 올라왔어야 했다. 벤치엔 정재훈도 있었고 윤명준, 불안하지만 홍상삼도 대기중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베어스 벤치는 변진수를 그대로 올렸다.
그럴수도 있긴 하다. 불펜 투수진에 여유가 있다곤 하지만 변진수 이외에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고 판단을 했더라면 말이다. 문제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직후 교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변진수의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알다시피 투수의 가치는 구위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빠른 투수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실수다.
두번째 실수는 2사 이후 1,2루 상황에서 타자 박병호가 등장한 순간이다. 이미 시리즈 내내 베어스 벤치는 박병호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경계심을 가졌다. 난 그게 납득이 가질 않았고 지적한 바도 있다. 그런데 시리즈 마지막 경기, 마지막 이닝에 베어스의 벤치는 갑작스럽게 박병호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뭔가 달라진 것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미안하지만 없다. 경기 내내 박병호가 부진하긴 했지만 그건 박병호가 못 친게 아니라 유희관이 너무 잘 던진 탓이었다.
물론 상황만 놓고 추정하자면 정면승부를 하려던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어려운 승부를 가져가면서 최악의 경우라도 단타로 실점을 줄이기만 해도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경기를 잡을 수 있었다는 판단을 내린 듯 하다. 그런데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가 아니면 그런 승부가 오히려 힘들다는 건 상식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경계선에서 움직이는 볼이 가장 던지기 힘든 볼이다. 니퍼트처럼 구위로 압도하는 투수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게 더 부담스럽다.
게다가 그런 생각이라면 왜 박병호를 거르지 않았을까? 만루 작전은 장점이 꽤 잘 알려진 수비방법이다. 게다가 여전히 3점을 앞서는 상태다. 물론 큰 것 하나면 역전이란 부담감도 작용했을 테지만 사실 뒤이은 타자가 김민성이란 걸 고려하면 오히려 큰 것 한 방의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다. 나라면 박병호를 거르고 만루에서 김민성을 상대했을 테지만 지적한 것처럼 큰 것 한 방의 가능성이 무겁게 다가왔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베어스 벤치의 작전이 일관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2.
준플레이오프가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맞았다. 이러면 플레이오프의 예상도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물론 5경기를 더 치른, 게다가 그 중 3경기가 연장전이라는 체력적 부담. 특히 안 그래도 부실한 투수진의 부담이 더 크다는 것과 변칙적 투수운용으로 인해 1선발인 니퍼트의 등판 시기 조정이 반드시 필요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트윈스의 우세를 점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여전히 미씸ㄸ쩍은 베어스 벤치의 능력을 고려해보면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다만 베어스에게 긍정적인 한 가지 이유를 들라면 야수진 전체가 시즌중의 경기력을 회복했다는 점일 것이다. 1, 2차전에서 등장했던 어이없는 실수들이 사라졌으며 시리즈 초중반 타격에서 미니슬럼프에 빠졌던 선수들도 타격감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투수진이 대충만 버텨준다면 쉽사리 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유리한 건 트윈스다. 앞서 언급한 체력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단 선발진이 베어스에 상당한 강세를 보인다. 베어스의 입장에선 선발 투수를 어떻게든 빨리 끌어 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점수가 안 나도, 안타를 못 쳐도 상관없으니 무조건 선발 투수의 투구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듯 싶다. 경기 초중반에 점수를 내주는 것에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이 말이다.
3.
비가 오늘빼고 하루 정도만 더 와주면 안 될까?